파이프라인
이채윤 지음 / 창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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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혈액은 심장에서 만들어져 신체 각 말단까지 전달되어 인간의 수명을 유지시켜주고 때론 단축시키기도 한다. 이 혈액은 혈관이라고 하는 운송 수단을 통해 신체 건강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혈관이 막힐 경우 인간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되는 것이다. 이를 확장시켜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문명인으로서 지구를 지배하며 발전하게 된 계기라고 하면 다양한 발명과 과학적 성취를 들겠지만 많은 이들은 인간의 혈관에 해당하는 파이프라인의 존재였다고 지적한다.

 

파이프라인’(pipeline)은 주로 유체나 분말 등을 배관을 통해 원거리로 운송하는 시스템으로 인류가 보유한 운송수단 중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율적인 파이프라인이 도로 뿐만 아니라 철도, 해상무역의 주역이며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 화물선마저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파이프라인>은 기본 개념으로서 고대 바빌론과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지금의 현대적 에너지 파이프라인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파이프라인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석유시대의 도래로 말과 수레로 기름을 나르면서 엄청난 물류비에 시달렸던 1859, 사업가들은 차라리 땅 아래 관을 묻어 운송하자는 발상이 지금의 파이프라인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한다. 이후 150여년이 지난 지금은 대륙과 대륙, 국가와 국가간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강철관으로서 심할 경우 전쟁과 평화를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돌아본다.

 

이 파이프라인이 국가의 명운마저 갈라 놓는 경우도 현대사를 돌아볼 때 비일비재 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20여년전인 200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파이프라인을 통해 헝가리부터 독일, 프랑스까지 유럽 전역에 공급하던 천연가스가 중단되자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모스크바로 달려가 협상을 통해 굴욕적인 결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와 독일을 해저로 연결하는 노르드스트림의 경우 러시아가 밸브를 잠그는 순간 전쟁이냐 몰락이냐를 결정해야 할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파이프라인의 설치와 가동중단은 단순히 해당 국가간의 분쟁이 아니라 한나라가 마비되고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지며, 전쟁도 불사할 수 있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세계역사의 중심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이 중심일수도 있음을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장하게 된다. 정말 인류사를 다룬 많은 소재들중에 단연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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