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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전 모 언론사에서 주최한 교육프로그램에 와인에 대해 배우고 그중에 뜻깊은 와인 몇종류를 시음하면서 교육에 참여한 인사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가 있었다. 보통 와인은 서양에서 즐기는 술이지만 국내에서는 엘리트 고소득층의 취미생활과 연계된 고급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저가 보급형 와인이 나와도 와인의 품종이나 와이너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음미하기 보다 그냥 한 종류의 술을 마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교육에서 와인의 역사와 종류 그리고 와인이 유럽에서 유행하게 된 배경과 와인을 둘러싼 역사적이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아 이래서 와인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 빠져드는 구나’라는 공감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 와인을 시음하면서 참가한 교육자들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에 대한 추천까지 곁들이자 즐거움은 배가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기억이 너무 좋다보니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도 단숨에 읽어 나가게 되었다. 교육에서 소개한 에피소드도 다수 나오다 보니 그 어떤 책보다도 반갑기 그지 없었다. 정말이지 와인은 유럽 역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될 유럽인의 욕망과 뒤얽힌 ‘신의 음료’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와인의 강국인 프랑스, 이탈리아가 있는데 같은 유럽대륙에서 왜 독일은 와인문화가 발달되지 않았을까? 아마 맥주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그랬나보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30년 전쟁의 폐허로 와이너리가 재생 불가의 피해를 입다보니 어쩔수 없이 맥주문화가 발달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또한 보르도 와인이 유명해 진 이유, 특히 메독지구가 늪지대였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을 대량구매하고 싶은 네덜란드인들이 늪지대 간척에 나서 성공한 곳이 메독지구였다는 것이다. ‘무능한 독재자’ 나폴레옹 3세는 와인만큼은 ‘탁월한 마케팅 전문가’로 인정받을 만큼 와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도 신기했다.
가장 눈에 띄는 역사적 사건은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신화를 무너뜨린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승리였다. ‘파리 심판’이라고 불리우는 이 에피소드는 1960년대 들어 우수한 와인 생산국으로 미국이 떠올랐지만 맛과 품질에서도 프랑스산 와인을 앞선다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나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존재감이 없던 무명의 캘리포니아산 와인도 즐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니 와인의 세계화에 정말 중요한 기점이 아닐수 없다. 이외에도 중세와 근대 역사적 사건들에 뒤얽히고 이면에 담긴 와인과의 인연을 담은 이야기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내려가게 하고 와인에 대한 많은 지식과 이를 통해 과거의 단순한 술에서 벗어나 스토리가 담긴 와인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까지 이 책은 이끌어 낸다. 정말 재밌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주변에 알려주고 싶은 책이다. 꼭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