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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의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 이유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신분제인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본디 태어났을 때 고귀함이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오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장벽일 뿐이다. 근미래를 다룬 소설 <불멸의 킹 라오>의 주인공 라오와 딸 아테네의 이야기에도 신분제상 불가촉천민에 속하는 라오의 아버지가 미국에 와서 라오를 낳고 IT기업의 창시자가 된다는 점은 그래서 능력 위주의 세상에서 구태에 속하는 신분제가 갖는 폐단과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사하기 위함은 아닐까 싶다.
미국이라는 능력만 있으면 기회를 쟁취할 수 있는 곳에서 IT기업을 일으켜 추앙받게 된 라오와 그 딸 아테네의 엇갈리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IT대기업 코코넛을 창업해 이끄는 과정과 기업이 정부를 대신하는 주주정부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반대하는 세력 엑스를 결성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책에서 라오는 마치 현대에 IT기업을 창업해 성공가도를 달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연상시키며 권력자의 모습은 트럼프의 정치이력과 유사함도 가질 법하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한편을 선이고 악으로 구분짓고 정의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행보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혜택을 받은 이들이 성공하지만 황폐해 지는 지구환경의 원인제공자이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분량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초반의 긴호흡과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장애요소임에는 분명하나 인물의 서사 특히 라오의 일대기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치므로 이를 충분히 설명해 줄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 해도 이 소설이 갖는 매력, 호기심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