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화의 경제적 결과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박만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경제학을 전공한 내가 감히 서평을 쓴다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평보다 소감에 가까운, 명석한 천재 경제학자가 세계의 항구적 평화를 기원하는 신념과 다르게 변모하는 유럽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자신의 혜안으로 조금이나마 기득권자들을 설득해 유럽, 나아가 세계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는 길에 얼마나 공감하고 또 애석해 하는지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단순히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고만 칭할 수 있을까? 그가 이룩한 업적과 행보는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와 함께 여타 명망있는 경제학자들을 발아래 내려다 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케인스에 대한 찬사는 사족일테니 더 이상 하지 않고 이 책을 들여다 보면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오늘을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말이 새삼 더 가깝게 다가옴을 느낀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후 그가 이 책을 통해 설득하려 했던 주장이 왜 지금도 유효한지 깨닫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은 보호주의로 회귀할 것이며 유럽은 1차 세계대전 당시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으며 인근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은 또하나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케인스는 당시 베르사이유조약을 통해 천문학적 배상비용을 패전국 독일에 요구한 승전국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행태에 대해 비판한다. 이러한 징벌적 비용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당시 유럽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 뻔함을 통계와 수치를 통해 설득한다. 어느 한 국가만의 소위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 아닌, 모두의 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오만이 낳은 파리평화회의의 결과는 패전국 독일을 또다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갔으며 결국 비극적인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된다. 처참한 학살과 사상자를 남긴채 최악의 전쟁으로 끝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가 부르짖은 세계화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탄생시키면서 상처를 딛고 번영의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작금의 세계경제는 또다시 보호주의와 전쟁이라는 악몽에 직면하고 있다.
케인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의 번영을 위해서는 보호주의도 전쟁도 결코 우리한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천재의 혜안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조망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