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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평점 :
주말, 어쩌다 갖는 여유로운 시간, 목적하지 않은 발걸음의 끝에 다가온, 발견한 아늑한 공간이 향기로운 차한잔과 창밖을 바라보는 따뜻함이 있다면 딱히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도 훌륭한 시간이 아닐까?
오랜 동안 한 직장만을 다녀온 주인공 에이코가 주말을 맞이해 자전거를 타고 나선 끝에 만난 카페 ‘루즈’. 여기를 운영하는 주인은 다름아닌 에이코의 직장에서 인연을 맺었던 마도카가 하는 곳이다. 독특한 휴일 방식을 고수하는 그녀는 몰아쉬는 기간 다양한 카페 메뉴를 찾아 헤매고 연구해서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소설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카페 루즈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소개하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열가지 에피소드는 우리 일상이 장밋빛만은 아니기에 안타깝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인생사라면 누구라도 겪을 만하고 때론 흔하디 흔한 문제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부분에서 환상적인 소설일 것이라는 추측을 벗어난다.
특히 이 소설이 공감하게 만드는 지점은 카페가 갖는 여유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그대로 전해주기 보다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찾아 앉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인생사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기결혼, 불륜, 주말부부의 현실적 고민이나, 유산상속을 둘러싼 가족간 갈등은 그래서 더 현실에 천착하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카페 루즈가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독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나 보다. ‘카페 루즈’ 콘셉트를 활용한 카페가 일본내 곳곳에 문을 열고, 소설 속 레시피들을 소개하는 요리책이 따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 만큼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는 5년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큰 반향으로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