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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평전 - 음악, 사랑, 자유에 바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3년 8월
평점 :
세계 음악사, 특히 클래식분야 음악사에 있어서 숱하게 많은 천재작곡가들이 별빛처럼 반짝이며 명멸(明滅)해 갔다. 바흐, 헨델, 바그너, 베토벤, 말러, 슈베르트 등등... 쟁쟁한 작곡가 중에서도 더욱 빛나고 화려한 명곡을 배출했으며 여전히 사랑받는 거장으로서 모차르트의 위상을 능가하는 이가 있을까? 중학생이던 40여년전 1985년, 클래식 매니아인 형을 따라 극장에서 본 음악 사극 대작 <아마데우스>는 비엔나 왕실의 궁정음악가이자 모차르트의 경쟁자이기도 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관점에서 그리는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하는 회상 형식으로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천재성 넘치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화려하고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은 영상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궁색해진 나머지 세들어 살던 집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하던 시기 장모님의 잔소리에 지쳐갈 무렵, 장모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는 인간의 목소리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풍성한 멜로디의 향연 그 자체였다.
먼 과거의 추억으로 한켠 물러나 있었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폰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이제는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모차르트 평전>는 독특하게 한국인이 저자다. 모차르트의 열렬한 팬이 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여러 사료를 수집해 직접 평전을 쓴 것인데 모차르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나름 클래식 매니아여서 모차르트처럼 너무나도 유명한 작곡가는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도 이런 일화가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세심함을 넘어설 정도의 정보들을 무려 800페이지에 걸쳐 담고 있다. 그렇다고 모차르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물량으로 표현하지만은 않는다. 저자는 모차르트의 특징을 4가지로 구분했는데 천재이기에 앞서 지독한 노력형이었으며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고, 자유로운 예술적 분위기를 지향했기에 음악에 대해 억압하는 지도자에게는 정면 충돌도 감행했다고 평가한다. 인간 모차르트, 음악가 모차르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 그래서 모차르트가 살아가던 35년 동안의 유럽의 문화사나 풍습도 꼼꼼하게 설명해 주는 역사 인문학적 역할도 상당하다.
마치 ‘밤의 여왕 아리아’의 조수미 버전처럼 한국인이 쓴 모차르트 평전이 유럽 현지 전문가가 쓴 평전에 비해 결코 내공이나 성과의 정도에서 함부로 아래 둘 수 없는 결과물임을 이 책은 입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