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비밀이나 기억이 진실이라면 감추고 싶은 것은 사라져 버렸음 싶은 마음일 것이다. 사라진다...영어로 배니시드(vanished). 그 진실이 사라지길 원한다면? 현실에서도 우리는 그 진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 적 없었을까?

여기 외양상 너무나 평범한 부부가 있다. 두 남매와 20평대 아파트, 물론 서민이지만 그들은 어려웠던 과거 때문에 도피하듯 서로를 찾아 결혼했지만 정작 애정이 식은지 오래다. 그렇게 또 불행은 버전을 달리해 하루를 이어가는데 불편한 일상이 되지만 별안간 피 묻은 칼을 들고 온몸에 피를 묻힌 남편이 귀가하면서 이 가정의 일상은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다. 그 이후 인근 호프집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남편 역시 사라져 버린다.

또한 여주인공 정하의 일상을 지켜보던 앞동 여자의 죽음마저 일어나니 멘붕상태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 여자의 남편 우성의 출현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는데 10년뒤 갑자기 아들이 사라져 버린다. 어떤 결말이 예상될까? 너무나도 뻔한 소재(?)와 전개라고 생각했지만 몰입도 만큼은 그 어떤 작품 못지않게 상당하고 여운도 깊다.

정하가 마음을 열고 사는 새가정은 결국 그녀에게 아름답다 못해 너무나도 평범해서 더 소중한 일상을 주고 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그래서 더 미스터리한 부분과 스릴러적 장치의 돋보임이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이리라. 분명한 건 그 소중한 일상을 꿈꾸는 이들이 평범하고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너무나도 갈구하고 있다는 점. 현대인의 이중적인 자화상을 장르적 장치를 통해 더 부각시키는 이 소설이 그래서 범상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