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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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조지프 푸셰-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시대 등 정치적 격변기에 막후에서 모사꾼으로 활약한 조지프 푸셰의 일대기에 대한 전기를 쓴 이 책을 보면서 슈테파 츠바이크는 역사적인 배경에 선이 굵은 인물 묘사와 사건에 대한 디테일이 남다른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읽으면서 그가 훨씬 더 평범한 인간이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을 의도치 않게 접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붕괴와 불안에 대한 감정 묘사에 엄청난 탁월함을 갖고 있는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감정의 격앙과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등장인물들이 독자들에게 주는 흥미와 재미는 남다르다. 5편의 중편과 1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작품은 두 번째 <불안>이다. 불륜을 저지른 주인공 이레네가 상류층의 평온했던 삶을 강박과 불안, 스트레스의 굴레로 스스로를 몰아 넣으면서 겪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낸다. 특히 주변 사람들한테 자신의 불륜이 들킬까봐 겪는 심리적 파국은 제3자의 시각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한 성공한 작가에게 도착한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그 여인의 정체를 찾아가는 작가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죽음을 앞 둔 순간에까지도 누군가를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상대는 자신은 물론 자신의 사랑조차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외에도 사춘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성인의 아슬아슬한 일탈과 소년의 갈등을 인상 깊게 그려내는 <아찔한 비밀>도 눈여겨 볼 작품이다. 솔직히 6편 모두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가 워낙 탁월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저자의 위상이 왜 엄청난지 이 한권으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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