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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평점 :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를 읽다보면 동양 역사서에서 가장 눈부시면서도 왜 사마천이 이렇게 역사서 집필에 집착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물론 인간의 길흉화복까지... 사기에 나온 새옹지마(塞翁之馬) 고사처럼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의지 하나만으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창작물에도 견줘 못함이 없는 동양사상의 정수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남자로서 치욕스러운 궁형을 당했어도 사마천의 의지를 꺾을 수 없듯이... <사기>에 한번 빠지게 되면 그 매력과 정신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다. <인간의 길>을 보면 저자가 김영수교수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오직 <사기>해석과 전수에 몸을 바치고 있다. <사기>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리라. 저자는 이 책에서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와 명언들을 엄선해서 지난 2013년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을 개정해 재출간하였다.
‘정제와 압축의 미학’ 사마천의 <사기>에 표현되는 고사성어와 명언들은 추종을 불허하는 심도와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유구조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결국 <사기>를 관통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이 책이 제공하기 때문에 <사기>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고사성어는 불비불명(不飛不鳴).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는 것이 말이야 쉽지 현실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된 요즘 이 고사성어의 주인공 장왕은 즉위 후 겉보기에 3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유심히 살피며 초나라의 앞날에 대비한 ‘심세(審勢)’를 길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한번 날았다 하면 하늘을 찌르고, 한번 울었다 하면 세상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 기세로 천하의 흐름을 주도하며 춘추 5패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는 고사는 두고두고 존경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올 한해도 이 책으로 인생사 가르침을 얻고 또 새롭게 정진하는 한해를 맞이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