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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평점 :
서스펜스와 긴장감,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스파이 장르는 영화는 물론 원작이 되는 소설도 장르문학으로 상당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이 장르에서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유명한 존 르 카레(지난해 별세하였다)의 존재는 엄청나다. 그의 작품에서 으레 등장하는 ‘스마일리’캐릭터는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인물이다. 카레의 소설에서 쓰이는 허니트랩(미인계), 스켈프헌터 등의 용어가 진짜로 첩보계에서 쓰이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그가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흔히 007 제임스본드로 대표되는 현란한 액션과 간간히 가미되는 미인과의 썸씽 등 볼거리에 치중한 이언 플레밍과 대척점에 있는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은 그래서 처음 보기에 답답하고 밋밋해 보일지 모르지만 보면 볼수록 첩보물의 진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음을 공감하게 된다. 특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작품은 영화로도 소장할 정도로 첩보물의 재미와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현장요원을 뜻하는 <에이전트 러너>는 너무나도 아쉽지만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본인이 마지막 작품임을 미리 알고 준비한 것은 아니겠지만 작품에도 현장요원에서 은퇴를 앞둔 주인공 내트가 우연히 배드민턴을 치면서 알게된 인물로 인해 겪게 되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책이다. 존 르 카레는 작품 내내 늘 조직보다는 조직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거나 외면받는 개인의 상황에 천착했다. 특히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영국의 첩보조직 MI6가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누리자 이후 그이 소설에서는 첩보조직의 무능과 관료화, 개인에 대한 희생양 삼기 등을 소재로 넣는 등 개인의 소중함에 더 무게를 두는 작품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전작에 비해 다소 가벼운 줄거리이지만 그래서 더 부담없고 그의 퇴장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여운 넘치는 이 책을 스파이 장르문학에 관심이 있고 팬을 자처한다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