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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인류 역사에 기념비적인 발명이나 발견, 창작물은 때로는 지극히 사소하거나 별볼 것 없는(?) 이유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처럼 적어도 표면적이나마 남녀평등의 시대가 아닌 남녀 불평등이 당연하게 받아 들이던 19세기 유럽에서 18세 소녀가 익명으로 쓴 한편의 소설은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것과 별개로 평단의 혹평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했다. 물론 소설 아이반호의 저자 월터 스콧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상력의 결과이며 불경스러울 정도로 자연과 인간에 대해 암울하고 어두운 시각을 지니고 있다”며 남다른 재능의 결과를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바로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저자 메리 셸리에 대한 평가다.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프랑켄슈타인>은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번역해 출간한 책이다. 별장 문학가의 모임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하나씩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내 보자고 제안한데서 시작한 이 소설이 현대 호러, SF등 장르문학을 창시했고 지금도 많은 창작물들이 프랑켄슈타인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당시의 그들은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점은 단지 이 소설이 호러나 SF에 영향을 끼친 정도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19세기 본격적인 산업혁명 속에서 ‘생산성’에서 기계에 밀려난 저임금 노동자들의 러다이트 운동과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을 견지하고 있는 등 사회상을 적절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크리쳐)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예기치 않은 공포와 위기를 일으킨다는 면에서 기계문명의 고도화가 가져올 황폐해지는 휴머니즘에 대한 예언에 가까운 경고도 눈여겨 볼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에 모든 등장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에 슬픔을 느꼈다. 끊임 없는 지적탐구의 활동으로 인해 과학에 대한 열정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족의 비극을 불러 일으키고 또 창조의 대상이 된 크리쳐는 8피트(2미터 44센티미터)의 거한이지만 흉측한 외모로 인해 그 어떤 선행도 위험의 상징이 되며 외로움도 사치가 되어 버린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바벨탑이 되어 갈 것임을 메리 셸리는 예언하는 것일까? 그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창조하였고 디스토피아는 우리의 가족을, 우리의 행복을 갉아 먹어간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의 영역에 들어섰다. 외모도 훌륭하고 매력적인 크리쳐는 인공지능을 달고 우리의 세상에 고개를 내 밀 것이다. 비극과 슬픔이 우리를 지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