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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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포영화 계보에 있어 가장 무서운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아마 기담에서 엄마귀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공포스러움의 극치나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알포인트의 가치를 더 쳐주는 매니아들이 많다. 쉽게 말해 미국 공포영화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같은 슬러셔무비보다 식스센스류의 영화가 관객의 등골을 더 서늘하게 하듯이.

 

결국 이미지에 기반한 잔상(殘像)보다 상상에 기반한 여운이 더 극적효과가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장르문학에서 공포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디스 워튼의 환상이야기>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먼저 위와 같은 언급을 하는 것은 상상력을 동원시키는 강한 여운이 오히려 더 공포라는 근원적 감정을 배가시키고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소설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적 인기까지 얻은 저자가 어린시절 심하게 앓은 장티푸스로 환각증세까지 겪다보니 공포에 대한 자각과 두려움이 더 커졌는데 그때 경험이 상상력으로 작용해 환상이야기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유령을 목격하거나 자신이 유령이라는 것을 소재로 한 8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8개 에피소드 모두 독자들에게 짙은 여운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데 괴기스러움이나 잔혹함, 반전의 반전 보다는 일상에서의 동행자처럼 유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특징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령이라는 미지의 정체에 대한 공포감 보다는 다소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정서를 보인다는 느낌을 갖기도 했다. 복수로서의 유령(시간이 흐른 후에야), 먼저 세상을 떠나 저승에서 더 행복한 만남을 기대하지만 결국 이승에서 아직 살아있는, 불만 많았던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선택하는 유령(충만한 삶)이 더욱 인상 깊었던게 아닐까? 다양한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열린 결말의 에피소드(하녀를 부르는 종소리, 귀향길)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8개 에피소드 모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하다.

워낙 몰입도가 높다보니 320여페이지 분량을 책을 펼치고 바로 다 읽게 된다. 자연환경과 주거공간에 대한 묘사는 디테일이 넘치다 못해 영상으로 가장 비슷한 장소가 어떨까하는 궁금증마저 들게 한다. 꼭 읽어 보시라. 정말 초자연적인 세계를 그리는데 탁월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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