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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군주론 - 국민주권시대의 제왕학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8월
평점 :
180석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여당의 출현은 대한민국을 좀 더 발전시켜주리라는 기대감의 발현이었지만 반대로 일방으로 치우치는 쏠림은 정치나 사회 모두에 손해임을 깨닫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전 박근혜 대통령 치세에서는 부패한 보수가 무능하기까지 한 모습을 봤다면 이번 정권에서는 무능한 진보가 부패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주는 씁쓸함에 몸두 눈살을 찌푸린다.
정말 진보가 맞을까? 사회적 소수와 차별받는 이들에 우호적이고 동행하려는 이미지의 진보가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모습이나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겠다고 나선 정의기억연대의 부패는 정도차이일 뿐이지 지금 여당의 근간을 유지하는 인적자원들의 인성을 대표하는 것이리라.
헌법 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자 통치자라면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은 과거 왕정 시대를 기준으로 정치를 보좌하는 재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얼마나 많은 재상들이 제왕을 암군(暗君)으로 이끌고 국가를 위태롭게 했는지를...
<21세기 군주론>에서 저자는 중국의 제왕학을 소개하며 국민이 통치자를 뽑는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바로 제왕=국민임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저자는 ‘용인(用人)’과 ‘무위(無爲)’라는 군주의 정치 기술에 주목하는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21세기에 국가를 주도해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정치기술’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앉혀 일을 위임하는 것이 ‘용인’이라면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신하들이 일하도록 시키는 심리기술이다. 그리고 통치자는 그저 신하들의 성과를 가려서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일만 하는 원리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유용한 책이다. 정치가 4류라고 일갈하던 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그만큼 정치가 잘되야 경제, 사회, 문화 모두가 건전하게 이어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