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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평점 :
출장길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준다. 그중에 정말 예상치 못한 감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 그리고 숱하게 많은 차량이 오가는 길인데도 조금의 틈 속에서 씨가 발아해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를 보는 경우였다. 요즘엔 아예 보도블럭을 뚫고 올라오는 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너무 비약이 심할까? 새삼 자연의 위대함, 인간의 보잘 것 없음을 느끼며 지금에 지구환경을 인간이 너무나 양심없이 남용하고 있는데 대한 자연의 반격은 얼마나 혹독할지 상상해 보곤 한다. 물론 그 생각의 배경에는 수년전 인간이 사라진뒤 나타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해서 영상으로 보여줬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제목과 제작사가 기억나지 않아 아쉽다)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오래 기억되었던 바 크다.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해 직접 지구 곳곳을 누비며 연구한, 인간이 사라졌을 때 지구의 변화를 예측한 책이 재출간되었다. 바로 2007년 발행되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던 <인간 없는 세상>이란 책이다. 지금까지 회자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책이 재개정판이 나온데는 바로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잦은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제 인간이 더 이상 지구를 정복하고 있다는 자만에서 깨어나라는 준엄한 단죄일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편리를 위해 창조한 미세플라스틱의 역습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병 등 치명적인 위협 인자의 등장으로 결국 인간이 사라졌을 때 지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저자는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원시림, 터키와 북키프로스에 있는 유적지들, 체르노빌, 미크로네시아, 아프리카, 아마존, 북극, 과테말라, 멕시코 등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통해 직접 마주친 놀라운 풍경들을 담아내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 분석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정능력을 발휘하는 지구의 시스템에 감탄하지만 아울러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의 역습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인간이 결국 지구한테는 바이러스같은 존재고 코로나19라는 백신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하게 만든다.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만 없다면 인간으로 인해 황폐화된 자연이 순식간에 복원될 수 있음을 저자와 연구진은 이미 확인했다. 바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통해서 말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지구를 괴롭힌 원죄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화해가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퇴근길 차 안에서 이 책의 여러 문장들이 자꾸 뇌리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