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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 작품
조동신 지음 / 리한컴퍼니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알린 첫 작품은 보통 <살인의 추억>이라고 한다. 기억하는가? 살인의 추억에서 주인공 형사역을 맡은 송강호와 ‘워커발’ 김뢰하, 그리고 향숙이만 언급하는 덜떨어진 용의자가 취조실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는 드라마의 오프닝 BGM을... 그렇다 드라마 <수사반장>이다. 나보다 5개월 먼저 태어난 이 드라마는 내 어린시절 저녁 식사후 늘 부모님이 시청하시던 소위 ‘최애 드라마’였다.
경쟁 방송국의 ‘형사’도 있었지만 ‘수사반장’의 인기에 질투한 나머지 유사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기억하지만 아무래도 ‘수사반장’의 캐릭터들이 갖는 개성과 휴머니티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장에 최불암, 이제는 고인이 된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 배우가 민완형사역을 맡았던 수사반장은 당시 1970년대부터 198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던 강력사건들을 몸티브로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특히 가난하거나 불우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의 길로 떨어졌던 범인(기억에 배우 이계인씨가 자주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안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애석해 하지만 엄정한 법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무를 수행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늘 카타르시스를 얻기에 충분했다.
내년이 수사반장 방송 50주년이 된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작품>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인터넷도 없고 DNA 등 유전자 감식이나 CCTV를 통한 용의자 추적 등 소위 과학수사하고는 거리가 먼 1970년대식 수사기법을 그대로 노정한다. 당시가 배경이기도 하지만 번득이는 수사반장의 추리와 범인 추적, 그리고 각기 다른 사건들로 여겨졌던 것이 결국 그 배후에는 거대한 마약조직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설정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탄탄한 구성으로 그 감성을 더 맛깔나게 묘사하고 있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다. 저자의 재기넘치는 필력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책 표지만 봐도 흑백화면의 수사반장 오프닝 장면이 떠오르는 감성 넘치는 순간이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