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1990년대 초반 경제학을 전공하는 내겐 소련의 해체와 사회주의 체제의 종언은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열띤 반응을 보이던 자유세계 국가들의 반응이 무척 흥미로웠다.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는 기간 동안 경제학과 내에서도 선후배간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과내 소모임인 정치경제학회에 있으면서 자본론을 공부하던 우리들에게 더 이상 자본론을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음을 깨닫는데 긴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의 종언이 자본주의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도, 자본주의의 승리도, 자본주의가 영속적인 인간의 지배체제가 되라란 것도 말이다..

하지만 그 진리는 IMF위기라는 너무나 뼈아픈 결과로 입증되었다. 그 과정을 보면서 적어도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공황론 만큼은 자본주의의 속성과 폐해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자본주의는 이제 홀로 서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 자본주의도 새로운 변형들을 탄생시키면서 헤게모니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바로 G2로 불리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다.

 

<홀로 선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극명한 개성을 드러내는 두 국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패권경쟁이 어떻게 귀결될지 분석하는 책이다. 변화의 기로에선 자본주의내 파벌싸움과도 같은 이 경쟁을 우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분야 석학인 저자는 자본주의 내에서도 그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를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설명한다.

 

저자는 불평등 분야 연구의 대가답게 두 자본주의 형식 모두 불평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데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비슷한 계층끼리 결혼하는 습성이 일반화되면서 부가 점점 편중되고 상속도 더욱 강화되었다고 진단한다. 특히 자본·노동 소득을 동시에 거머쥔 부자 엘리트들은 자신의 자녀와 정치적 통제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이것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불평등만 해결할 수 있다면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상관없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떠오르게 한다. 결국 저자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점인 불평등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산층에 대한 세제혜택과 부유층에 대한 상속세 강화는 불평등의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은 상당히 귀담아 들을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이만큼 자본주의의 역사성과 폐해에 대한 해결방법을 뚜렷하게 제시하는 저자의 통찰은 쉽게 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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