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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담는 서평을 쓸 때 당혹스러운 장르는 당연히 소설이다. 특히 추리, 공포, SF 등 매니아층이 뚜렷한 장르소설에 대한 서평을 남길때는 어디까지 오픈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멸망의 정원>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경험이 없을 정도로 소설의 맥락과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너무나도 흔한 현대인의 전형인 스즈가미 세이치,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직장에서 힘겨워 하며 결혼한 전력이 있는 아내는 버젓이 바람을 피면서도 당당하다. 답답하다 못해 도망쳐 버리고 싶은 나날이 계속되던 순간 우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중 한눈에 반할 묘한 매력을 주는 여인을 쫓다가 현실과 다른 세상으로 들어오고 그 여인, 나리에와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사는데 갑자기 이존재대책본부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조직의 수장이 본인을 구하겠다는 연락이 온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도쿄가 있는 현실의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얼핏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 하나로 엮이는데 시작한 호기심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모두의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에 감탄하고 소재의 신선함과 결말의 여운에 깊은 울림이 상당하다. 처음 현실과 다른 세계로 들어간 세이치의 모습과 자신이 선망하던 여인과 만남, 사랑은 아름다운 동화같은 느낌을 주지만 종종 마물을 해치우는 모습이나 사냥을 하면 어마어마한 금을 주는 미지의 세계는 어딘가 모를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결국 푸니라는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존재의 등장은 왜 이 소설의 작가가 센세이널한 임팩트와 인기를 얻는지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좀비처럼 혐오스럽고 기괴한 모습으로 달려들어 정상인의 신체를 물어뜯는 모습이 아닌 푸니의 모습은 겉으론 평온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이미지 저편에 있는 잔혹함을 그대로 투영시키는 것이 아닐까? 결론은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결말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쟁에 빠져드는 재미도 이 소설 못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을까 싶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소설’후보에 올랐을 정도라니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열렬한 성원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