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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평점 :
미야모토 무사시,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많겠지만 ‘무사시’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흔히 강인하면서 정신력 마저 훌륭한 이를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불리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은 불침신화의 전함을 건조하면서 ‘무사시’란 이름을 선사하기도 할 정도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릴 정도가 되었다. 물론 과거 입식타격기 K-1에서 활동한 ‘무사시’는 그 이름에 걸맞이 못한 활약을 했지만...
각설하고 무사시는 그만큼 일본 역사에서 정신적으로나 무도(武道) 측면에서 지주 역할을 해 왔으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 왔다. 헌데 무사시에 대한 정확한 사료는 쉽사리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물며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에서 언급된 창작의 범위가 역사적 사실처럼 수용되고 전승되다보니 무사시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진게 사실이라고 한다. 게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은 사사키 코지로와의 대결로 유명한 간류지마(巖流島) 결투 즈음인 29세 이후의 무사시의 삶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검성(劍聖)으로 칭송받는 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은 절반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기초로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일 것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이런 에이지 소설의 오류와 한계를 벗어나고 무사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기획된 책이다. 물론 에이지 소설 시대 이후 무사시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뤄진 시대적 배경도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저자는 무사시의 진정한 가치를 사사키 코지로와의 대결 이후로 보고 있다. 이 책은 무사시 본인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책은 흥미면에서 사사키 고지로와의 대결보단 못할지 몰라도 그의 검도를 완성한 오륜서를 정점으로 해 무사시의 진면목을 평가하는 책이다. 마치 소설 삼국지가 제갈량의 사후 진제 사마염의 통일까지 수십년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의 사망시점에서 소설을 거의 마무리 짓지만 큰 역사의 틀에서는 더 극적인 사건이 많았음을 정사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하듯.
이 책에서 저자는 무사시 본인도 각성했듯이 코지로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29세까지는 병법이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만 생각하다가 그 이후 서른부터는 잘못 생각했음을 깨닫고 심오한 도리를 얻고자 주야로 자신의 검을 연마하고 병법의 도를 연구하다가 50세에 달해서야 이치를 터득했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무사시가 집필한 오륜서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과 병법의 도, 무사의 사상적 흐름 속에서 그의 존재의미를 고찰한 책이다. 자주 비교하게 되지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무사시를 통해 준다면 이 책은 창작과 사실에 대한 검증부터 시작해서 오륜서로 집대성된 그의 사상을 거시적으로 고찰했다는 성과면에서 결코 에이지의 소설보다 뒤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