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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 오늘도 나이스 샷을 꿈꾸는 보통 사람의 골프 이야기
이경 지음 / 뜻밖 / 2020년 7월
평점 :
임시공휴일인 오늘(8월 17일), 개인적으로 잔업이 있어서 회사에 출근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 주52시간 적용은 내년부터다. 그러다 보니 잔업에 야근이 많다. 물론 내 머리가 나빠서 남들이 규정시간 내 마칠 일을 혼자 끙끙 앓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오늘은 어릴 때부터 절친들과 골프 약속이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다른 녀석한테 양보했지만 2-30대 시절 등산, 당구가 우리의 친목을 다지는 언어였다면, 이제는 골프로 바뀐지 오래다. 4년차 주말골퍼, 물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연습량도 부족하고 또 타고난 게으름주의라 라운딩 일정이 잡히면 그제서야 설렁설렁 닭장(?, 야외 그물망이 설치된 인도어 연습장을 뜻하는 은어다)에 가서 미친 듯이 스윙을 해서 주변의 이목을 끌기만 한다. 그래도 즐거운 점은 필드에 나가 서로 신선한 공기 마시고 아무런 제약없이 농담과 서로의 샷에 ‘나이스 샷’을 외쳐주며 분위기를 살려갈 때의 기분은 그 어떤 스포츠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골프일 것이다.
<힘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은 우연히 알게된 책이다. 나와 마찬가지 초보 골퍼인 저자가 레슨을 받고 필드에서 머리 올리고 계속 골프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인생의 소소한 진리와 즐거움은 표현의 차이와 정도 차이일 뿐, 내 생각과 크게 다를 바 없어서 놀랐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수년간 주변 지인과 선배의 권유를 한귀로 흘려버리다가 갑자기 라운딩 날짜가 잡히면서 도저히 미룰 수 없어 배우게 된 골프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에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또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지 과정을 차근차근 고백한다. 아내가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살을 뺄 절호의 기회(?)라며 찬성하게 되고 오크들이 우글거리는 지하 던전같은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를 배우게 될 때의 느낌과 이미지등을 묘사하는 것이 내가 경험했던 바를 그대로 옮겨 쓴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골프에 대한 철학(?)은 그대로 내 생각과 닮아 있다. ‘골프는 어른들의 소풍이다.’ ‘이 세상 가장 강력한 마약은 골프같다.’는 표현은 읽은 순간 흐뭇한 미소를 번지게 한다. 지금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동안 제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인 친구들은 각자 바리바리 싸온 술안주를 곁들여 차가운 캔맥주를 마시며 필드 너머 먼 산에 걸친 구름 한조각에 시선을 모을 것이다.
날씨가 맑으면 맑은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골프하기 좋은 날씨라고 말하는 골프에 죽고 못사는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한번 뿐인 인생, 이 정도 즐거움은 함께 하고 가자’고... 이 책 역시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하고 또 자신의 골프 초짜(?) 시절을 떠올리게 해 웃음 속에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