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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
오상준 지음 / 시간여행 / 2020년 5월
평점 :
캐디의 도움 없이 혼자 라이를 보고 퍼터의 힘조절을 통해 친 공이 홀 컵안을 빠져 들어갈 때, 타이거 우즈의 버디퍼트의 포효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동반 골퍼의 멋진 샷에 큰 소리로 ‘나이스 샷’을 외치며 문득 바라보는 저 멀리 그린 위 풍경이나 지나온 카트 길을 되돌아 보며 흘러가는 산과 들판은 잠시 내 인생을 되돌아 보는 소중한 찰나의 시간을 제공 받는다. 싱글이면 어떻고 ‘백돌이’(100타 이상을 기록하는 초보 골퍼를 지칭한다)면 어떤가? 아직 사치스러운 스포츠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골프와 인연을 맺은 이상 누구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얻는 여유와 인생에 대한 성찰은 취미로 가진 스포츠가 주는 의외의 선물일 것이다.
골프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보자. 누구나 적은 타수로 작은 홀 컵안에 넣는 룰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우여곡절은 ‘알면 알수록 어려운 스포츠’이자 그만큼 매력 넘치는 스포츠가 골프일 것이다. 멋진 드라이버 샷으로 누구보다 멀리 공을 홀컵 가까이 날렸지만 방심하거나 기본기가 부족하면 어프로치에서 실수로 멋진 드라이버샷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린다. 지금 당장의 결과에 흥분하지도 낙담하지도 말라는 교훈은 골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짧게 끊어가는 소위 ‘따박따박’치는 골퍼들은 청량감을 주는 비거리의 드라이버샷도, 정확도를 자랑하는 아이언 샷도 없지만 방향성과 자신만의 루틴으로 장타자의 스코어에 견줘 절대 밀리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방식임은 골프를 떠나 인생에서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2019년도 가을 미국 골프 잡지 ‘Golf Magazine’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위촉돼 코스 설계와 시공, 건축 설계 등 골프장 코스 설계로 인정받는 오상준이 펴낸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은 그래서 골프와 한 개인의 인생이 어우러져 어떤 향기를 불러 일으키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자신이 겪은 인생 이야기와 여기에 걸맞는 전세계 유명 골프클럽을 연계해 설명하면서 코스 설계의 에피소드도 곁들이는 등 골프 매니아라면 직접 가보지 못했고 라운딩 할 가능성이 적어 선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골프 코스들을 책으로 보는 매력을 갖고 있다.
골프는 우리를 자연과 연결시켜주고 사람과 연결시켜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상처받은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특효약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코스를 보여주는 화보 만으로도 독자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각해 보라. 태평양을 향해 뻗은 절벽을 가진 케이프 키드네퍼 골프 클럽에서 샷을 날릴 때 가슴 설레임은 대지가 전달하는 에너지와 골프를 통해 드러나는 아름다움의 극명한 조화가 아닐까 싶다.
골프에 관심이 있고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눈이 호강하는 시간을 갖는 의미에서라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