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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 이후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경제체제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제한이 없어지면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아시아 경제위기(한국도 예외는 아녔다)는 ‘펀더멘털’이 약한 후발 자본주의 경제체제 국가들의 미숙한 대응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여전히 미국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심장이었으며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 심장에서 난해한 자신들의 이론을 발표하며 어려운 수학공식과 수식안에 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경제체제는 결코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 진리를 깨닫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그것도 소위 ‘난다긴다’하는 석학들이 즐비한 미국에서 탐욕으로 점철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과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는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결과를 가져왔고 경제학에 대한 근본적 물음표는 커져갔다. 경제학자들은 무기력했고 경제학은 그저 발생한 사건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급급할 뿐, 위기탈출의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했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이러한 경제학과 경제학자의 오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기록한 책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할 때’(세테리스 파리부스)라는 전제는 인간이 합리적 결정과 이성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어찌보면 경제학은 출발부터 제한적 내지 잘못된 전제로 한계가 명확한지 모른다. 이 책은 경제학은 한계가 있으며 그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데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함을 독자들에게 인식시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표적인 경제이론은 이 책의 저자에게는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스티브 내시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긴 ‘게임 이론’은 합리적인 결정에 따른 행동인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코스의 정리, 즉 부의 극대화 이론은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시각이 결국 인간의 도덕성이 결여된 ‘카지노 자본주의’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시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경제적 불일치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님을 알게 된다.
특히 인센티브에 대한 통찰은 전세계적인 기업들의 CEO 에 대한 인센티브가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만한 챕터다.
결국 경제학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재화를 원하는 가격에 서비스 받을 수 있는데 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불평등의 영역에 대해서 만큼은 한계를 내보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