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 - 위대한 역사를 만든 권력 투쟁의 기술
마수취안 지음, 정주은 외 옮김 / 보누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중국 봉건왕조들의 정치사는 그야말로 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경쟁과 투쟁, 그리고 피를 부르는 잔혹한 숙청의 연속이다. 특히 환관이라는 독특한 직제를 도입한 왕조들의 정치체제는 관료와 환관 두 세력간의 숙명적인 대결의 반복이었으며 여기서 승리한 세력은 권력의 달콤함을 독점하였으며 패배한 세력은 목숨만이라도 부지하면 천운이었을 정도다. 특히 환관이 정치의 전면에서 왕조의 명운을 결정지은 당왕조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대당제국쇠망사>를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당왕조 시절 잔인무도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내준신은 당시 사람들이 그를 호랑이와 이리보다 더 두려워했다. 무고를 해 천여 집안을 멸족시켰다. 당시 장안에는 “내준신과 후사지를 만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고 할 정도다. 그가 낙양사람 만국준과 함께 고문서인 나직경(羅織經)을 지었는데 온갖 고문방법이 다 망라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중요한 시사점은 고문방법보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냉혹한 권모술수에 있다고 한다. 그 권모술수의 요체는 바로 무고이며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무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경전인 것이다. 결코 도덕적이거나 공정경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 책을 손가락질만 해야할까?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의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를 생각했다. 나직경의 내용을 최대한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치열하고 비열하며 오직 상대를 제압하는데 골몰하는 무고의 형태를 역사에서 배우고 이해함으로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는 그 어떤 형태의 권모술수를 사전에 간파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게 했다.
권력을 다루고 경쟁 상대를 제압하며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지키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지혜로운자는 화를 자초하지 않는 법이다. 간신을 찾아내고 사람을 간파하는 법을 배운다면 내 몸 혼자만을 지키는데 당연히 충분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는 심각한 내부 갈등과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남을 음해학 모략을 꾸미는데 치중했다고 한다. 그런 모략의 역사는 반복되었고 유구한 중국사에 이면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처세술의 핵심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사에서 그러한 모략은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루쉰은 “음모는 술책도 있고 효과도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큰 일을 이룬자는 예로부터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진시황의 밑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누렸던 이사도 결국 음모만 있었기 때문에 경쟁자인 조고한테 밀려난 것이 아닐까? 이는 권모보다 안으로 성인의 도를 도모하고 밖으로 지혜를 모색하는 경지인 지모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임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권모를 배우되 지모를 지향하는 것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고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