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잔, 유럽 여행
권경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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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이며 국내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올해 1월초 업무차 찾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맛본 맥주의 맛은 아 이래서 탄산이 강한 국내 맥주 마시다가 유럽산 정통 맥주를 마시면 그동안 맥주를 잘 못 마셨구나하는 탄식을 한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예를 들어 둔켈 라거의 경우 흑맥주 특유의 맛과 향은 원산지 맥주를 공수해 와서 마신다 하더라도 직접 제조한 현지 맥주가 갖는 장점을 그대로 표현해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 출장과정에서 보고 느낀 현지 건축물과 문화재 등의 고풍스러움이 그 느낌을 더했지만 말이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한국전쟁 참전의 상처를 지닌 퇴역장병인 노년의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자기 주위의 집안 일을 하고 가장 아끼는 애마 그랜토리노라는 자동차를 수리하며 유일하게 동거하는 개와 함께 석양을 응시하며 마시는 그 맥주 펩스트 블루 리본’, 일상의 여유를 같이 하는 맥주의 고마움, 부러움과 동시에 주인공의 인생마저 엿볼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맥주는 다른 주종이 가지는 계층과 장소와 상황의 특이성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기고 또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술이 아닐까?

 

맥주를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이가 맥주의 고장 유럽을 찾아가 맥주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일주일의 짧은 유럽(네덜란드, 벨기에) 출장을 통해 느낀 아쉬움은 그대로 이 책 <맥주 한잔, 유럽 여행>으로 달래게 되었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유럽의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그야말로 이 즐거움의 풍미를 더해 줄 아이템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여행 안내서를 넘어 최대 맥주 커뮤니티 운영자이자 주류대상 맥주 부문 심사위원이기도 한 말 그대로 맥주 전문가 저자가 찾아가는 맥주의 본고장 유럽 여행기는 그야말로 맥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쏠쏠한 재미와 정보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각기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자랑하는 유럽 국가들중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의 여행지와 맥주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이 술이 유럽인들의 일상과 역사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얼마전 다녀온 곳이 벨기에와 네덜란드이고 유명한 맥주 양조장을 둘러본 경험이 있다보니 저자가 소개해 주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도시 전체가 속하는 천정 없는 박물관브루헤나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등은 눈앞에 정경이 펼쳐지는 듯 생생하기만 하다. 그리고 마신 주필러, 스텔라 등 필스너 계열 맥주의 풍미... 가성비 최고인 양질의 스테이크와 패스트푸드 점에서나 먹던 감자튀김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던 이름 모를 음식점에서의 저녁... 양식도 좋아하는 내게 그야말로 허리띠 풀어 놓고 마시고 먹기만 해도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의 역사유적과 더불어 정체성이 묻어나는 개성있는 맥주의 등장은 여행을 좋아하고 또 술을 즐기는 우리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과 동경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아쉬운 것은 서문에서 저자가 권하는...‘지금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환불 불가능한 항공권을 예약해 보자,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가 불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하반기에 꼭 다시 찾아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유명 맥주들을 맛보는 삶의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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