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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염세주의자 -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철학가 지음, 차혜정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2월
평점 :
어쩌면 대한민국의 최전성기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IMF전까지의 십여년이 아닐까?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거리 어디서도 울려퍼지지 않는 캐롤이나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보이지 않는 환한 모습들은 최근의 대한민국 상황을 일부나마 보여주는 듯 하다. 경제는 늘 성장세였고 많은 이들의 얼굴에는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더 컸던 그 시기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마치 잃어버린 20년(1991년~2011년)을 겪으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모습을 따라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취업난에 높은 부동산 임대료 등으로 결혼은 엄두조차 못내는 젊은 층에게 미래는 그야말로 암울하다. 무엇하나 희망을 갖기 힘든 시대... 꿈, 노력, 미래, 창조와 같은 긍정적 단어보다 쓸모없음, 당장, 포기 등 부정적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회자되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스스로 감내하라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더 이상 용납될 순 없다.
힘겹기만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도움이 될 인생관은 없을까? <당당한 염세주의자>는 인생의 목적과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암담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장자의 철학사상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무척 고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해 저자가 살고 있는 대만에는 ‘염세대’라고 젊은 층이 왜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염세적인 사고가 널리 퍼지지만 저자는 결코 염세적인 사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장자와 같은 철학가들의 사상이 염세적이라고 말한다. 염세는 무기력과 시니컬이 아닌, 자기만의 해결책을 찾는 태도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 부분은 바로 염세라는 표현에 대해 철학가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다. 장자와 같은 철학자들의 염세는 ‘전체를 꿰뚫는 통찰’이라 한다. 철학자들은 세상의 일을 인간의 힘으로 모두 바꿀 수 없다는 전제하에 세상의 이치를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문제는 긍정이나 노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런 태도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심드렁한 모습, 즉 염세로 비치는 것이다.
결국 염세주의자가 되라는 것은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개인을 자꾸 흔드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염세적으로 당당하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