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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생과사가 엇갈리고 폐허와 잔인함만이 남아 있는 비정한 공간 속에서 인간이 지닌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전쟁의 순간. 아비규환의 지옥도와 같은 전쟁의 잔인함ㅇ르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수단이 있었다. 바로 사진이었고 전쟁통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 전세계 지구인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과거 종군기자의 몫이었다.
종군기자로는 2차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직접 찍은 로버트카파가 유명하다. 트로츠키의 마지막 연설과 스페인 내전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를 찍은 사진은 여전히 충격적이고 너무나도 생생하기까지 하다. 특히 전쟁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던 1945년 4월 독일군 스나이퍼의 총탄에 쓰러진 미국병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여전히 잔상이 남아있다. 그만큼 종군기자의 취재사진이나 능력은 본국의 독자들은 물론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대학시절 도서관에 있는 라이프지의 카파 사진집을 통해 본 2차대전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음을 연상해 보면 나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전쟁을 다룬 한 국내 영화가 개봉되어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 영화에도 종군기자가 나오는데 신기하게 여성 종군기자가 등장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도 유명한 메간폭스가 분한 ‘매기’라는 이름의 종군기자는 마거리트 히긴스와 마거릿 버크 화이트 등 실제로 6.25 전쟁 당시 활동했던 여러 여성 종군기자들을 참고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전쟁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약자다. 최전선에서 총칼을 겨누고 대립하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여성이...그것도 종군기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못해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전쟁의 목격자>는 바로 마거리트 히긴스라는 여성 종군기자의 삶을 되돌아 본 전기이다.

여성 종군기자는 고기잡이 배에 부정탄다고 여성을 태우지 않았던 금기와 같은 영역과 비교할 수없다.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은 여성일수록 더 희생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약한 여성들한테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기의 대상이 마거리트 히긴스는 2차세계대전, 콩고내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등 현대사의 가장 잔인하고 역사상 기억할만한 전쟁터에 뛰어들었고 전세계 독자들이 보고 싶어한 생생한 전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의 노력은 결국 언론인에게 최고의 영광인 ‘퓰리처상’이 입증한다.
이 책에서 마거리트의 모습은 전쟁터보다 오히려 여성기자로서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모습이 더 고되 보였다. 그만큼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속박인 시절에 과감히, 그것도 생사를 건 종군기자로서 삶을 살아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해방 당시 전세계에 가장 주변부이자 변방국가였던 한국의 정치상황과 남북한 대립을 눈여겨 본 그녀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겪은 종군기자로서의 삶은 때로는 자신의 가치관과 대립되는 현실 속에서 당황하고 또 절망했던 인간적인 모습까지 담겨져 있다.

마거리트 히긴스를 잘 아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삶을 그려낸 이 책은 한국전쟁 발발 당시의 첫 사상자를 직접 보고 취재했던 처절한 모습과 동시에 남녀차별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는 지난한 과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종군기자, 그것도 여성 종군기자로서의 삶은 당시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 봄과 동시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달리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차이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