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고조선에 대한 연구나 역사적 발자취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그나마 알려져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위서(僞書)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공격대상인 환단고기처럼 단군신화로만 인식되어 있는 것이 다수이며 더 나아가 역사적 가치에 대해 사료를 찾는데 한계가 분명한 고대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고조선의 당시 위치가 만주와 북한지역을 아우르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정치적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북한에 연구결과를 공유하거나 적어도 제공받을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한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고조선 역사 연구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어느 정도 용인되어 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환단고기처럼 논란의 대상으로서 고조선이 중심에 있으면서 일반인들의 시각에 고조선은 그냥 먼 과거의 신화적 영역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런 고조선에 대해 벽안의 외국인이 연구한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사학계로서는 참고할 사료의 연구서가 있다는 반가움과 후손인 한국인이 그걸 수행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고조선 연구>는 러이사의 역사학자, 경제학자, 고고학자인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유 엠 부틴)이 저술한 역사서이다. 이미 지난 1982년에 출간되었고 국내 사학계의 거두인 윤내현 교수 등이 이를 우리나라에 번역하여 1990년 출판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절판돼 몇몇 대학도서관에만 발견할 수 있는 희귀도서가 되다 보니, 고조선 역사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많은 독자의 빗발치는 요청을 받아 이번에 재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우선 고조선의 영토와 인종구성에 대해 고찰하고 문헌에 나타난 고조선의 모습을 통해 신화시대(단군조선을 지칭하며 흔히 우리가 인식하는 고조선의 대부분을 말한다)와 기자가 건립한 조선, 그리고 기자조선 정권을 찬탈하여 조선을 이끌어나간 위만 역시 중국 연나라 출신이아니라 조선 출신이라는 추정을 상당한 사료와 함께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윤내현 교수가 그토록 국내 발간을 원했고 또 재출간 요청이 빗발쳤다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게 된다. 비록 고조선과 상관없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지만 학자적 탐구정신과 사료에 의거한 치밀한 분석과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한 주장은 연구성과로 인정하고 레퍼런스로 인용하기에 충분한 역사서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신화시대의 국가로 베일에 쌓여졌던 고조선의 실체와 인식의 범주를 기록 역사의 한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