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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나 - 전교 꼴찌, 판사 되다
이종훈 지음 / 북카라반 / 2019년 2월
평점 :
인생은 참 오묘하다. 알다가도 모를게 인생이다. 20여년전 모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생극장>이라는 코너를 방영할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었다. 주인공이 고민의 순간 다른 선택으로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가보지 못한 자신만의 길을 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어느 순간이 개인에게는 두려운 시기일수 있다.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을 때 그 상실감은 거의 인생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기도 하니 말이다. 역으로 누구도 포기하거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던 시기를 훌륭히 이겨내고 보란 듯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평범한 이들에게는 중요한 롤모델이 될테고....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 있다. 공부보다 야구가 더 좋아서 야구선수가 되었고 그라운드에서 뛰다 죽을 각오로 야구선수 해 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프로야구 1군 선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했지만 누구보다도 더 많은 끈기와 근성으로는 신체 조건과 재능을 이길수 없었다. 결국 야구를 포기한 그에게 닥친 현실은 전교 755명중 750등이라는 냉혹함 뿐이었다. 그래도 책을 잡았다. Mommy, Daddy, happy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고교생이 공부를 시작했을 때 막막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공부는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나>은 바로 야구선수로서 꿈을 접은 저자가 어떻게 공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소회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를 시작해 법대에 진학하고 사시에 합격하여 현재 국내 최고 로펌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가 되기까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야구선수 시절 체득한 끈기와 근성은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었을 뿐 열정은 고스란이 이어졌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이 책에서 저자 역시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 포수였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자신만의 9회를 9개 챕터로 나눠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각 챕터 마지막에 공부방법에 대한 조언은 자신만의 공부 이야기를 통해 시너지를 받아 독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책의 장점은 비단 학창시절 자신보다 공부 못했던 사람도 드물었다며 꼴찌인 자신도 법관이라는 큰 성공을 이뤘으니 독자들도 가능하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데만 있지 않다. 성실성과 노력만 있다면 공부는 운동처럼 배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아무리 노력하고 성실하게 해도 재능면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어 그 이상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지만 공부는 머리가 나쁘다고 해도 성실하게 노력하면 일정정도 이상의 성과를 반드시 올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야구선수라는 최고의 자리가 아니면 모두 소위 ‘나가리’가 되는 비정한 운동의 세계보다 훨씬 공정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공부가 안돼 자책하고 의기소침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직 9회말도 되지 않았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오늘도 공부를 하지만 공부방법에 대해 모르거나 공부말고도 다른 분야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중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충고가 될 것이다. 작은 딸을 위해 선택한 이 책이 그래서 더 고맙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