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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 허위정보의 실체와 해법을 위한 가이드
황치성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8년 12월
평점 :
남북간 대화무드 조성과 북미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이 관심인 요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보는 늘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 지금까지 숱한 정치적 위기나 압박을 당할 때면 늘 이용하는 프레임이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과 배치되는 보도에 대해서는 악의적이고 조작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위기를 돌파해 내려 한다.
상당히 이질적이며 결코 조합될 수 없는 ‘가짜’와 ‘뉴스’의 결합은 조잡한 이미지를 넘어 실제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뉴스의 본질은 정확성과 신속성이다. 특히 팩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대해 독자로 대변되는 수요층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뉴스로서 생명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묘하게 뉴스를 조작하는 이나 세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전쟁 하에서 상대국이나 세력에 대한 정보교란, 거짓정보 누설 등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루는 선무공작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종이로 인쇄되는 오프라인 기반의 신문보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상 뉴스가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여기에 스마트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SNS라는 양방향 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서 취약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짜뉴스는 어느새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그만큼 해악도 커졌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가짜뉴스를 타파하기 위한 분석과 사례수집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는 오랜 기간 가짜뉴스의 실상을 추적, 분석해 온 저자가 세계 각지의 가짜뉴스 현장을 조사하고 수많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것을 정리해 펴 낸 책이다. 많은 청문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고 그만큼 가짜뉴스의 실상에 다가가기 위한 고민이 담겨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는 교묘하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김포의 맘카페 글 때문에 어린이집 여교사가 투신자살을 강요받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력사건의 왜곡 등은 뉴스가 가져야할 최소한의 팩트체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보 전달자의 확증편향과 심각한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온라인상 양방향 소통을 매개로 삼는 SNS를 숙주로 삼아 무차별적으로 마수를 뻗친다. 정치적 이념의 극단에 있는 인물들이 자신의 정치논리를 전파하는 프로파간다의 최전선에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영 마뜩치 않다.
이런 해악을 이미 경험했거나 아직 인지하지 못하든 간에 특히 이 책 4장에 언급되어 있는 미국, 유럽 등 각국의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자정노력으로서 온라인 규제정책은 상당히 곱씹을 만하다. ‘기존 법의 개정이나 별도 입법의 필요성 여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책임과 규제 문제’, ‘정부의 역할’, ‘언론, NGO 등 시민사회의 역할’, ‘팩트 체킹’,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이면서 현실적인 접근과 분석이 들어 있다.
가짜뉴스는 앞으로 더 교묘해지고 심각해지며 폭넓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갈등을 야기시키며 사회를 궁극적으로 양극단의 정점에 몰아 넣을 것이다. 정치적 이념의 극단은 더욱 멀어져 이제는 중도 스탠스를 갖는 이들의 중재 노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날아가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 수 있다는 진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가? 남녀 평등은 극단적 페미니즘으로 퇴색되고 반동적인 현상이 쏟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집단지성의 힘은 어느새 몰지각함으로 변질되고 이는 이미지에 경도되고 정보에 대한 변별력의 싹마저 틔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도처에 뉴스, 정보로 ‘떡칠’한 두꺼운 화장의 이면은 지적 퇴행이라는 일그러진 이면이 도사리고 있으며 결국 가짜뉴스는 온라인의 슬럼화라는 전리품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저자의 노력과 동기에 공감하고 미약하지만 힘을 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