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 조선일보 편집자의 현장 기록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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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간 화해모드와 북미간 2차 정상회담 등 굵직한 정치 이슈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혼선에 따른 여야간 정쟁은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다이너믹한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특히 지난 2년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해도 모자를 정도로 많은 사건과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정치사상 초유의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은 물론 이명박 전대통령 구속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동해상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던 북한 핵미사일 문제, 그리고 평창 올림픽을 통한 외교전과 이를 통해 급변한 평화모드는 남북간 GP를 공동 폐쇄하고 철도를 연결하며 불과 1년여전이라면 상상조차 못하던 남북경협에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다.

 

급박한 뉴스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국제적인 사건의 발생은 뉴스를 전하는 이들한테는 시차로 인한 육체적 피로는 물론, 종이신문의 마감을 앞둔 시점에서 변화하는 뉴스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몸부림(?)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기레기라고 불리우며 설움받는 직종이 기자이지만 그만큼 그들이 겪는 고생은 정반대 위치에 있는 홍보 전문가로서 내가 바라볼 때 안쓰럽기만하다.

 

그들, 즉 기자들, 그중에서도 신문 편집을 도맡아 하는 편집기자들의 치열한 신문제작의 순간은 어떨까? <23301면이 바뀐다>는 조선일보 편집기자인 저자가 그동안 신문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당시 국내외 주요 이슈와 연결해서 풀어낸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이념의 스탠스를 잠시 한켠에 밀어두고 이 책을 봤으면 한다. 굳이 정치적 성향을 꼽자면 중도보수라고 생각하는 나 역시 조선일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조선일보의 신문제작 과정의 일상을 묘사한 편집기자의 생생한 현장 기록의 의미가 퇴색되서는 안될 것이다.

 

이 책은 구속 수감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만한 눈빛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수사 주체인 검찰 수뇌부를 앞에 두고 팔짱 낀 채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창문 밖 사진은 당시 특정인에게 국정농단을 허용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새로운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장면들은 모두 종이신문의 1면을 장식한 모습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한밤중 동해상으로 발사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속보를 신문 지면에 바로 반영해 인쇄에 들어가는 모습은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도 새로운 뉴스를 생동감 있고 임팩트하게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심사숙고하는 편집기자들의 애환을 그대로 보여준다. 온라인 기반의 뉴스가 더 익숙해진 시대...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이들의 노력과 에피소드가 철지난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록물이라는 측면에서 종이신문은 더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책처럼 많은 편집기자들의 노고의 산물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저자를 비롯한 각 신문사의 편집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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