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 인류를 뜻하는 영어단어가 남성을 상징하는 ‘mankind’에서 남녀를 모두 가리키는 ‘humankind’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인 나로서는 어쨌든 인류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굳이 그렇게 꼭 humankind라고 표현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성차별과 성평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신기한 면이 많다고 여겨졌다.

 

남녀차별에 있어서 동서양과 과거 현재 구분없이 대동소이하다지만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의 남녀차별은 사회의 다양한 면으로 그 민낯을 드러내곤 한다.

 

<언어의 줄다리기>는 이처럼 언어 속에 숨은 남녀차별, 민주주의와 독재 등 다양한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와 변화를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실제로 조금만 들여다 보면 얼마나 성차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기울어진 이념 속에서 국민들을 편견으로 빠트렸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면 남편 매장시 함께 묻는 순장제도와 관련이 있는 미망인(未亡人)’이라는 표현은 얼마나 불편하고 또 불쾌한 것일까? 더 황당한 것은 그나마 미망인이란 표현은 사회 저명인사의 아내이거나 신분상 일정정도 이상의 지위를 차지하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의 경우 과부라는 더 폄하적인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표현인 최고 권력자를 향한 경칭 각하(閣下) 역시 다르지 않다. 굳이 대통령이란 표현 뒤에 꼭 각하를 붙여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오랜 기간 유교문화와 봉건적이면서 남성우위의 사회 전통속에서 굳어져 버린 언어 속에 깃든 음흉한 의도와 길들어져 버린데 대해 우리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언어들이 우리의 인식과 사고를 왜곡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선택은 우리가 해야지만 당연히 그 선택의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