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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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창 모델의 꿈을 꾸며 힘겨운 나날을 아르바이트로 이어가던 한 청년이 단돈 천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김성수한테 무자비하게 칼로 난도질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뻔뻔스럽게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김성수는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중이지만 국민 대다수는 김성수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무고한 인간의 존엄한 생명을 앗아간 김성수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법당국의 처벌이 우리가 생각하는 단죄의 눈높이와 달라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23명의 수감자에게 내려진 마지막 사형이 실시된 지난19971230이후 21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명목상 사형제도가 있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다.

 

잔혹한 살인을 일삼았던 강력범을 무기징역으로 선고하여 감옥에 처넣은 것을 대부분 국민들은 그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세금이 아깝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형이 구시대 유물이고 폐기되어야 할 제도인가? 이웃 일본의 경우는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찬성비율이 80%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도 여전지 정서상 사형은 필요하다고 본다.

 

사족에 가까운 긴 얘기를 서평에 앞서 언급한 것은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네메시스의 사자> 때문이다.

 

강력계 형사들한테는 흔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꺼름칙한 점은 복수를 뜻하는 네메시스라는 문자가 있다는 것. 주인공인 와타세 경부(와타세는 저자의 소설 속에서 형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네메시스라는 문구에서 사연이 있는 살인사건임을 직감한다. 피해자는 잔인한 살인범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가루베의 어머니. 당연히 사형이 예상됐던 가루베가 무기징역을 받으면서 큰 홍역을 치뤘던 일본 사회는 법에 호소할 수 없다면 개인의 폭력에 기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바로 이 사건임을 저자는 부각시킨다. 그렇다면 그 단죄는 옳은 것일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또하나의 강렬한 관심과 격론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스포일러가 되므로 더 이상의 줄거리와 결말은 언급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저자가 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인지, 그리고 저작의 면면을 들여다 볼 때 모두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주는지 수긍하게 만든다.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을 연민하지도, 그렇다고 피해자의 아픔을 간과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며 그 누구도 물리적 힘에 의해 앗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만행을 서슴치 않고 저지른 인간에 대해 생명을 거두는 일이 다른 개인의 의분이나 시스템의 사형제도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이 의문은 어느 한편에 심정적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게 아니다.

 

밀양이라는 영화에서 피해자(아들)의 가족(엄마)이 용서하기 위해 가해자를 찾아간 감옥에서 가해자는 오히려 먼저 종교에 귀의하고 하나님에게 죄를 씻김 받았다며 인자한 모습으로 나타날 때 절망하는 여주인공을 보며 시스템에 의한 단죄를 강력하게 지지하였지만 이 책은 그런 지지를 지워버린 채 새로운 시각과 사고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의 결말에서 나타나듯 생명을 거두는 것보다 더 한 처벌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히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장르문학으로서 각광받고 있고 또 수준급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유베 미야키 등의 작품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매대에 우뚝 솟아 있다. 흥미진진함과 진정한 화두를 던지는 그들의 작품이 독자층의 지속적인 확장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이 책만으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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