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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어떤 위기와 불안에도 흔들리는 않는 커리어 전략
최종엽 지음 / 홍재 / 2018년 11월
평점 :
‘근시안적’이라는 표현이 있다. 가까운 곳만 본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보다 폭넓은 시각과 사고체계가 필요한 거시적, 장기적 시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즉, 이 부정적 의미의 표현은 그만큼 먼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상당이 유효하고 필요한 행위임을 강조하는 반어법적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심모원려(深謀遠慮)란 사자성어는 흔히 국가의 대계를 책임지는 인재의 특성이나 능력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데 멀리 내다보는 것은 그만큼 개인 못지 않게 국가의 미래를 결정 짓는데도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준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생존방식은 그만큼 치열하고 살아남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늘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과 은퇴 후 삶에 대해 걱정하면서 정작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게 대부분이다. 회사에 대해 불만이 많은 이들은 불만만 쏟아 내거나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할 뿐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이들은 회사라는 울타리와 브랜드 덕에 잘나가는 것을 모르고 마치 자신의 능력이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는 착각 속에 산다. 하지만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가 냉엄한 현실의 벽에 막히면 그간의 자신만만함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후회 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원려 멀리 내다 보는 삶>은 치열한 경쟁과 냉철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멀리 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책이다.
단순히 지금 발생하는 현상만을 분석하기 보다 이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원인과 경과를 파악하며 이로 인해 야기될 향후 발생 가능한 미래를 다양하게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대응 능력의 힘을 키워가면 위기와 불안에 대한 가장 현명한 처방전이 된다는 것이다.
실험실 비이커안의 개구리처럼 당장의 따뜻한 물이 위기가 될 것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유유자적하다가 결국 뜨거워진 물에 삶아져 생명을 다하는 일이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IMF시절 유복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의 해체를 목도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 대상이 나와 우리 가족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떤 기업도 60살 이후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개인의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과 계획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각인시킨다. 멀리 봐야지 비이커가 내 목숨을 노리는 근본적 변화에 돌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비이커 밖으로 뛰쳐나갈 힘이 남아있는 지금이라도 대응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을 선택하는 두가지 기준으로 저자는 현재 강점과 열정을 꼽는다. 특히 미래를 더 멀리 바라 볼수록 열정이 생긴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직장상사라는 벽을 만나게 됐을 때에 대한 언급이다. 지금에는 폭언에 해당되므로 제대로 직장생활을 할 수 없었겠지만 십수년전만해도 기분내키는 대로 막말을 일삼거나 지시한 사항에 대해 막무가내식 우기기 신공을 펼치는 직장상사가 숱하게 많았었다. 나 역시 그런 상사를 만나 십여년 가까이 인성마저 황폐해지는 경험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기간 내성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상사가 고맙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몰염치한 상사를 만났을 경우 한탄만 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내공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한탄은 누구도 위로해주거나 보상해 주지 않는다. 원망을 접어놓고 위기와 불안에도 흔들리지 않을 10년, 20년 후의 비전을 지금 당장 세워서 실천하자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기억해 놓고 늘 실천에 옮겨야 할 조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