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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나에게 있어 『서민독서』의 유용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의 방향성을 잡게 되었다.
내 책장에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 90% 이상이다. 항상 굿즈를 사면 책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집어들어야할 지 고민하다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다음에 읽자!" 해버렸다! 이런 나에게 당장 부족한 분야가 어떤 것인지 서민독서가 알려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고민없이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같다.
둘째,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지난 여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그리고 핀란드를 거쳐 발트3국이라 불리우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시겠지만 나의 여행은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읽은 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백야』나 톨스토이, 체호프, 고리끼 등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은 뒤에 방문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로쟈님의 러시아 문학강의 하나라도 들었다면... 아마도 지하철 도스토옙스키역을 지날 때나 고리끼 공원을 방문했을 때도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진 않았을거다 ㅠㅠ 러시아를 방문하기 전에 읽은 러시아 작가의 책이라곤 니콜라이 고골의 <코>, <외투> 등이 실려있는 단편집 하나.. (러시아 공무원들의 갑질과 특권의식을 느끼고 오긴 했다.) 그나마 여행에 가져간 책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였는데 그마저도 3주의 여행기간 동안 다 읽지 못했닼ㅋㅋㅋㅋ 게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때, 나보코프의 생가를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곳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음식점에 가느라 그 기회마저 날려버렸닼ㅋㅋ 밥을 먹고 나오니 관람시간이 끝났기 때문인데,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들러 관람시간을 확인했다면 순서를 바꿔서 박물관에 먼저 갔다가 밥을 먹었을거다. 먹는 것에 눈이 멀어 '박물관은 날 기다려주겠지' 음식점으로 앞만 보고 직행 ㅋㅋㅋㅋ 짱 한심 >.< 조금 아쉽긴 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별점 4.5점을 받은 음식점에 다녀온 것으로 나를 위안했었다. 이제 서민독서를 읽은 나는 여행 가기 전에 그 나라 작가의 책을 꼭 읽을거다.
셋째, 웃었다.
나는 서민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다. 마태우스님의 서재를 팔로잉하고 있긴 하지만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웃기신 분인지 몰랐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나와 같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이 왜 좋은지, 어째서 읽어야하는지 얘기해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애정하는 다락방님 뿐만 아니라 많은 서재 이웃님들도 마태우스님의 유머와 지적인 면을 좋아하시는 터라 나또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처음으로 읽은 책이 재밌고 유익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이나 각종 코멘트들을 보면 서민님은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 심지어 욕을 먹기까지 한다. 왜일까? 내가 생각했을 때 그가 욕을 먹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는 호불호가 확실하다. 내가 읽은 서민독서만 하더라도 읽다보면 작가의 취향이나 관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목소리를 세게 내는 사람은 그만큼 욕을 먹는 법.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비판적인 독서"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둘째,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솔직하다. 배우는 와중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배우려 하지 않고' 목소리만 크게 내는 댓글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내가 그의 편을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서민을 욕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서민만큼 그 분야에 대해서 알고자 했는지, 그 분야에 대해 배우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이다. 이것이 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서민독서』는 나에게 책을 읽고싶은 욕망과 책을 읽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동시에 부여해주었기 때문에 아주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