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아줌마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 떠 오른 생각..땅 사라는 전화인가?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정치 여론 조사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잘한다고 생각하는지..일본과의 관계등..
마지막 질문은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가입 할것 같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아닐거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에게 정치적인 선호나 생각을 이야기 한다는것이 찝찝하기도 했고
어떤 조직(?)에서 무슨 정보로 사용할지 모르는 점이 꺼림찍 했으나
전에 전화여론 조사를 해 본 경험자로서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대학 다닐때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전화로 여론 조사한것이다.
시내에 있던 사무실에서 모여라하면 여대생 수십명이 모여서 토요일,일요일 이틀동안 전화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물어보는것이었다.

지금처럼 문민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시대가 아니라 노씨의 보통사람의 시대(?)였기에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서 민감한 시기였다.

지역으로 무작위로 뽑아주는 할당을 받아서 전화를 하는데..
이상한 전화라고 대답을 안하는 사람, 정치에 대한 자기생각을 이야기 하느라 설문 조사는 뒷전인 사람,
거기 어디냐, 왜물어 보느냐 화내는 사람...젊은 여성의 전화에 기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아니지만 어떤 여대생은 며느리 삼고 싶다는 할아버님의 전화를 끊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제일 힘든것은 목도 아프지만 귀가 아픈것...전화기를 하루 8시간씩 귀에 대고 있다 보니.
이틀 일하고 난 월요일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그래도 일당은 짭짤해서 좋았던 생각이 난다. 금액은 까먹어서 기억이 안남..
정치적인 여론 조사라서인지 아르바이트 여대생도 알음알음으로 썼고,
성실하게 조사 활동을 하는지 전화도청(?)을 통해 감시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대충 설문조사 했다고 가짜로 쓸까봐 대비책이었을거다..

노태우대통령과 삼당합당을 통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김영삼후보의 힘겨르기가 극에 달했던 시기라서
설문조사 예문이 탈당한 김영삼 후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가? (노태우대통령이 여당후보로 안 밀어주자 김영삼씨는 탈당을 한다고 난리를 쳤다. 여당후보될려고 합당 한건데..)
김영삼후보는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될것인가? (그때 여당이 무슨당이냐??)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것인가? 김영삼 ,김대중...그리고 짜리몽땅 경기도 지사 그 뭐시기냐..
이런식이었다.

지나고 나니 그 여론조사 단체가 김영삼씨의 둘째 아들 ...김현철의 사조직임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설문 조사가 김영삼씨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했더니.
결국 여당 후보가 된 김영삼씨는 대통령이 되었고...우리나라는 IMF환란을 맞게 되고..
김현철씨는 비리혐의로 교도소에 가게 됐다.

정치와 아무런 상관없던 나는 아르바이트로 두둑히 받은 돈봉투 들고
집앞 치킨집에서 한마리 튀기고, 술 한병 사가지고 아버지에게 사다드리는 효녀였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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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5-2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편집팀에 들어가 보니 그 책 출간일이 25일로 잡혀있던데요? 주말경에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sooninara 2005-05-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전에 전화 받고 끊어버릴려다가 옛날 생각나서 성실하게 답해주었어요..
그아줌마도 돈 벌려고 하는걸텐데..나때문에 한건 했죠^^

sooninara 2005-05-2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잘난척..^^ 전 아르바이트하면 꼭 아버지께 술 사다드렸어요..
안주도 치킨등으로다가 함께..지금 생각해도 대견스러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