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데이비드 보더니스란 사람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니, 이사람의 옥스퍼드대학에서 마지막 강좌였던 '똑똑해지는 법, 적어도 덜 무식해지는 법'은 상임교수나 외부 방문객까지 참관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일렉트릭 유니버스란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이 바로 이것이다. 내 아이큐가 조금이라도 올라간듯한 기분..
전기로 움직인다는 내 대뇌도 이책을 읽느라 무수히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서문에서 주어진 질문...정전이 계속 된다면 현대인들은 얼마나 살수 있을까? 100년전의 사람들은 정전이 되더라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불편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라디오 텔레비젼을 못 보는 불편 정도가 아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니 장을 볼수도 없고, 현금인출기를 사용할수 없으니 돈을 찾을수도 없다. 병원도 역할을 못하고 공항도 폐쇄되고..식품저장소의 에어콘이 가동되지 못하면 식량난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 남지 못하게 될것이다.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오싹하지 않는가?

지금은 정전이란것이 큰일이지만 내가 중학생이었던 80년대 초 서울에선 자주 밤에 정전이 되었었다. 집집마다 양초를 비상으로 가지고 있었던 그때..컴퓨터란것이 뭔지도 몰랐던 20년전엔 지금처럼 휴대폰이란것이 만들어질거라고는 만화속의 상상으로나 여길만한 일이었는데...이책을 읽다보니 앞으로 20년이 지난후엔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책은 얼마전에 삼성에서 했던 광고가 생각난다. 한여자가 길을 걷고 있다. 배경은 몇십년전의 전화기가 소품...이여자가 길을 걸으면서 시간이 지나가고 배경은 조금씩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마침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현대로 끝을 맺는다. 전보의 탄생,벨의 전화,전구와 전자의 발견으로 된 1장 전선에서 2장 파동으로...3장 파동기계..4장 컴퓨터..5장 뇌까지..전기의 모든것을 도미노가 넘어가듯이 다음다음으로 연결해 가는 솜씨가 상상을 넘어 선다.

그리고 또하나의 즐거움은 판에 박힌 위인전 스타일이 아닌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을수 있는 감칠맛이랄까? 모스부호로 유명한 모스는 헨리라는 사람에게 전보의 기초에 대해 배워서는 몰래 특허를 내게 된다. 헨리는 지식의 공유를 위해 특허를 반대했는데...결국 마지막엔 헨리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고..모스는 30여년간 특허분쟁으로 시달리게 된다. 이런식의 살아있는 위인들의 이야기는 어지러운 법칙과 수식에 질려있던 평범한 독자들에게 심오한 전기라는 세계를 가볍게 구경할수 있게 도와준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많지만 파동기계..레이더에 대한 내용중에 함부르크폭격에 대한것은 전쟁의 참혹함이랄까..최첨단 기계를 사용하는 인간의 비윤리성을 볼수있는 끔찍한 예가 될것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레이더라는 기계 발명은 독일의 폭격을 초기에 막아내는 막강한 무기가 되지만 어느새 독일에서 더 첨단의 레이더를 사용하게 되자 영국은 레이더를 무력화 하기 위해 알루미늄 조각들을 색종이처럼 떨어뜨려서 진짜 비행기를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작전을 세우게 된다. 아서 해리스라는 극우보수자에 의해 이 작전은 함부르크라는 노동자 밀집지역에 폭격을 하게 되고..독일 레이더는 알루미늄 조각들로 인해 폭격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서 보더니스의 묘사가 너무나 참혹하다. '엄마가 젖은 담요로 나를 감싸고는 입을 맞췄어요. 그리고 뛰어 가라고 했어요..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했어요." "길 한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산채로 아스팔트에 몸이 붙어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거리로 뛰쳐나간 거였어요. 발이 땅에 붙어버리니까 떼어내려고 손을 대고..그래서 손도 붙어버렸어요. 사람들은 그렇게 손과 무릎이 땅에 붙은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뉴스로 이라크에서 폭격으로 다친 아이들이 나와도 별 생각없이 볼 만큼 전쟁이 일상적이 된 지금에..이런 글 한줄에 전쟁의 참혹함이 뼈에 사무치게 느껴졌다는것은 깊은밤 이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발견을 전쟁의 무기로 악용해 버리는 인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튜링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내가 80년대에 컴퓨터를 배울려니 도스란 기호를 이용해서 명령을 내리라고 했다. 단순한 내머리로는 도스와 친해질수 없어서 컴퓨터를 포기하고 있다가 10몇년후에 윈도우 프로그램으로 컴과 친하게 된다. 그런데 컴퓨터란 것이 커다란 빠른 계산기계덩어리에 지나지 않았을때 현재와 같은 소프트 웨어나 프로그램에 대한 예측을 했던 튜링을 읽다보니 천재란 우리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됐다. 무식한 상관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린다.
애플사의 먹다만 사과로 남겨진 튜링은 진정한 비운의 천재이다.

뒷부분에 더 깊이 읽기와 더 읽을거리는 수다 떨기처럼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부록이다. 제목이 거창해서..과학에 대한 말못할 알레르기로 인해 이책을 멀리하셨던 분이라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시라..
물론 이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내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한것은 아니란걸 알아주시길..
그래도 책읽기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겠다.
'똑똑해지는 책, 적어도 덜 무식해지는 책'이라고 이책의 서문을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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