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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을 가지고 미용실에 간것부터가 문제였다..옆에 아줌마들은 잡지 읽기에 빠져있고. 솜털이 보송한 이십대 초반 여자아이들은 텔레비젼보고 웃기에 바쁜데..나는 이책을 부여잡고 미친듯이 웃음을 참아가며 '큭큭' 소리를 내면서 퍼머를 해주는 미용실직원 눈치를 보게된것이다...
생각보다 유쾌하고 감동적인...그러나 뭔가 불량식품을 먹은듯한 기분...그때를 기억하십니까? 달고나,뽑기,쫀득이,쥐포등으로 대변하는 그때의 군것질을 아는 사람만이 이책을 제대로 이해하리라 본다..나는 이책의 나처럼 87년 대통령선거때 고3이었고 88년 올림픽때 대학교 1학년이었다..제일 공감한것은 국민교육헌장...왜냐하면 나도 국민학교때 이걸 달달 외어서 한자도 틀리지않게 쓸수있었다..그것이 우수한 학생의 자세였다..그리고 추억(?)의 5시 국기하강식..5시면 울려퍼지는 애국가에 맞추어서 내려오는 국기를 보면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맘속으로 끓어오르는 나라사랑을 느낀것은 나하나 뿐이 아니리라...
지금생각하면 거의 세뇌였었지만..우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면서 국산품 애용은 애국자고 수입품을 쓰면 매국노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책에서 가장 느낌이 온것은 삼미와의 숙적,원수..리틀 베어스다..우리집은 오빠와 남동생때문에 어려서부터 주말이면 프로야구로 채널 고정이라서 나도 야구라면 눈감고 해설할 만큼은 된다..그리고 본적이 충청도라서 서울에 살면서도 남동생은 원년 리틀베어스에 들어서..곰이 박힌 빨간 야구잠바와 선물이 든 가방을 받아왔다..그리고 프로원년 우승을 오비베어스가해서..축하 기념 컵까지 선물로 받아온것이다..곰돌이가 새겨진 오비컵은 그뒤로 우리집 장식장에 놓여있었고...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이사하면서 버렸겟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삼미와는 반대인 성공지상주의 오비팬이엇고 지금도 오비팬이지만..이책은 너무나 재미있다..조금 가볍고 경박하고..정신없는 그랬거나 말거나의 홍수속에서.. 나자신이 삼미의 팬으로 타임머신타고 회귀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두손을 불끈쥐고 삼미 화이팅을 외치게 만드는 것이다..
책전반부의 삼미야구이야기는 삼미의 마지막 시합을 보고온 주인공이 '소속'의 중요함을 깨달아 공부에 매진해서 일류대에 들어가면서 후반부로 들어간다..대학생활에서도 청보핀토스 일자바지를 입은 주인공의 '소속'은 일류가 되지못한다..일류대내에서도 여러계층으로 나뉘는 것이다..시골 고등학교에서 일류대 들어온 아이와 서울 경기고 출신의 일류대생과의 차이를 느끼게되는것이다..
그때를 아십니까? 88년은 내가 대학교 들어가 신입생이었다.. 그때 청보핀토스 바지를 입는 아이도 있었겠지만..대학생들의 유니폼이라 할만한 바지는 역시 '게스'(Guess)청바지였다..멋쟁이라할 여대생이라면 엉덩이에 빨간 물음표가 붙은 이 바지를 입지않으면 명함도 못내밀었다..그중에 튀고싶거나 게스가 안어울리는 남학생들은 '캘빈 클라인' 청바지를 입었다..삼미~~를 읽다보니 그때 생각이난다..지금의 명품열풍이 그때부터 시작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지막에 일류대를 나와서 이혼할만큼 가정을 버리고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온 주인공은 다른일류대인 B대학 인맥으로 이루어진 회사에서 퇴출되고 만다..IMF이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진에 비견할 대 변화를 겪은것이다...주인공은 삼미적인 인생관으로 바뀌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게되지만..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후에 어떻게 되었나?..멋진 프로가 못되어서 밀려난 자신을 탓하면서 더욱더 프로가 되기를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살게되었다..부자되세요..10억 만들기..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또 열풍..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더 빠른 속력으로 앞으로만 달리게된것이다..이젠 브레이크가 고장난 우리들을 이책 한권으로 멈출수있을까?..
우리는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하리라는 거짓말에 너무 오래 속아왔다..이제 잘사는 법을 공부할때다...경제적으로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부자가 되기위해..스스로의 만족을 위한법을 찾아야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