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재진이..정말 짜증난다.
한번도 '네'라고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고
뭘 시켜도 뭐라 말해도 "네~~~'라는 불만 찬 대답이던지
'몇분 후에 할게요'라고 시간 끌기라던지..
아이들이 다 그럴수 있지만 재진이는 정도가 심하다.
우리 아들의 투덜 컨셉이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엄마입장에서
볼때마다 짜증나고 소리 지르게 되고..

오늘 학교에서 글짓기 상을 받았다.
호국 보훈의 달 글짓기 부문인데..
반에서 글짓기,포스터,표어 한명씩 세명이 상을 받았단다.

전엔 표어가 쉬워보이는지 항상 표어를 숙제로 해갔는데..
얼마전에 엄마가 충고를 했었다.
"재진아. 엄마 생각엔 글짓기를 하는게 대충 말되게 쓰면 되니까
 쉬울것 같아. 너 표어한다고 한두시간 고생해도 작품이 별로잖니?
 이제 그냥 글짓기하겠다고 해라.알았지?"
"엄마. 원고지 쓰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10장이나 써야하는데.."
"10장이면 많은 것 같지만 단락띄어쓰고 하면 대충 10장 채울수 있어"

초등학교에선 보건의날,과학의날 행사로 항상 뭐를 시키는데..
글짓기나 표어,포스터중에 고르기가 대부분이다.
내가 보기엔 평소에 글솜씨로 보면 글짓기를 해도 상을 타긴 힘들겠다 싶은데..
어쩌다가 상을 타왔다.
뭐라고 썼는지는 모른다. 학교에서 써서..ㅋㅋ
선생님이 알뜰하셔서 이면지를 주더니 가득 채우라고 했단다.
그중에서 우수한 작품만 하나 골라서 원고지에 옮겨 쓰게 하고..
상을 주는데..재진이가 얼마전에 자신만 원고지에 옮겨썼다고 한다.

덕분에 저녁은 피자를 먹기로 했는데..
울동네에 있는 피자집은 포장해오면 가격을 깍아주어서
전화로 주문하고 슬슬 걸어가서 가져온다.
아빠가 헬스끝나고 전화하면 내가 피자시키고
아이들이 나가서 아빠랑 산책삼아 걸어가서 가져오기로 했는데..
아빠만 들어온다.

"왜?"
"아이들끼리 피자 가져오라고 했어"
이상하다 싶더니..
피자를 들고 아이들이 오자 남편이 안먹는단다.
"왜?"
"다시는 상 타와도 안사줄거야. 못된 놈"

알고보니 아이들이 아빠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사거리에서 위험하게 횡단을 해서
오던 차가 키~~익 섰나보다.
남편이 아이들을 혼냈는데..우리의 투덜군은 입이 댓발 나와서 뭐라했고..
화난 남편은 너희끼리 피자 사와라한거고..피자도 안먹었다.

화난 남편이 귀엽기도하고..
평소에 짜증 지대로나게 투덜인 재진에게도 화가 나고..
참 자식이 뭔지 싶다.

나중에 지나가는 말로..
"아빠. 엄마는 너희들의 친구가 아니야.
 네가 막 대할 사람들이 아닌거야. 아빠 속상하시게 하지 마라"
말은 했지만 알아듣기나 할지..

다른집 아들들도 이렇게 미련 곰퉁이 짓을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래서 처음으로 글짓기상을 타와 집안의 영광이 될뻔한 재진군의 천하는
하루를 못가고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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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8-06-17 15:0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렇게 긴글을 남겨주시다니..
아이 키우는게 다 똑같죠?
재진이도 자존심이 쎄고..혼나는걸 무척 싫어해요.
그래도 너무 버릇없이 군다거나 투덜대는 버릇은 고쳐야하는데..ㅠ.ㅠ
본인이 크면서 좋아질런지..
투덜이스머프랑 사는거..정말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