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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치료-마음의 상처, 책으로 다스려요>

동화 속 그 아이는 왜 친구가 없었을까

어린이가 가족을 떠나 처음 만나게 되는 사회적 세계가 친구다. 부모나 형제 간의 상호작용과는 확실히 다른 관계인 것이다. 어린이가 친구를 쉽게 잘 사귀느냐 못 사귀느냐는 어린이의 기질·신체·언어·정서·인지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렸을 때 또래들과 어울리는 태도나 행동은 어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어렸을 적 친구관계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 준다. 어린이들은 또래와 상호작용하면서 대인관계의 기술도 익히고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도 도움을 받는다. 좋은 친구를 둔 아이들의 자아 개념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친구를 잘 사귀는 아이들은 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도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방을 잘 설득해 해결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또래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거나 사회적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또래와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하려면 부모나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책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그리고 친구와의 문제를 다루는 독서치료는 집단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럴 때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으므로 직접 책을 읽은 후 여러 활동을 친구들과 어울려 해보게 하는 것이 유익하다. 이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주는 방법으로는 문학작품을 통한 독서치료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지금까지 독서치료 자료로 사용된 그림책이나 동화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 많았다. 그러나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판타지도 훌륭한 독서치료 자료가 된다.

예를 들면 『나 친구 안 사귈래』는 새로 이사 온 로베르트가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방에서 벽지의 정글처럼 생긴 모양에서 가상의 친구 트르베로를 만든다. 로베르트의 이름을 거꾸로 한 것도 다른 재미를 주는데, 그 친구와 역할을 바꿔가며 친하게 놀게 된다. 학교에 간 지 3주나 되었는데도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었지만 왠지 시몬네라는 여자아이가 맘에 든다. 그러나 그 아이는 반에서 가장 힘이 센 남자 아이 프랭크의 친구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로베르트는 프랭크와 싸워 시몬네의 목도리를 빼앗아주면서 일이 잘 풀리고, 둘은 집에 가서 함께 노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제 로베르트는 정글 속의 친구를 지운다. 가상의 친구가 더 이상 필요없어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 속의 환상적인 요소에 빠지는 것을 걱정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도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보는 동안이나마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위안을 얻는다.
친구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책도 많은데 그중 『불꽃머리 프리데리케』는 빨간 머리와 뚱뚱한 외모 때문에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는 이야기를 그린 동화로 환상적인 요소가 많다.

사실 프리데리케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는 우체부 아저씨는 색맹이며 결국엔 그 부부와 고양이와 이모와 함께 마법을 써서 현실세계를 탈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다분히 현실도피적인 결말로 끝나는데 이 책도 책을 읽은 후의 질문과 활동이 중요하다. 주인공이 마법의 나라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런 질문은 책 속의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함으로써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모색하게 하고 따돌림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돌림을 다룬 책 중에 『모르는 척』은 흑백 그림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하고 있다. 따돌림당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친구의 입장과 따돌림시키는 아이 역시 다른 집단에서는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설정, 따돌림당하고 있던 아이가 결국은 공공연한 학예회 장소에서 연극의 한 장면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멋지게 보복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긴박감과 동시에 설득력을 준다.

이 내용도 읽은 후의 질문과 활동이 중요하다. 모른 척해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의 심정, 다른 곳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가 누군가를 따돌림시켰을 때의 심정, 마지막 졸업식 때 모른 척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용기있게 말하던 주인공의 태도에 대한 느낌 등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친구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아니야”라고 거절할 수 있는 방법도 단계적으로 시연해 보도록 적극 권하는 것이 좋다.

‘왕따’에 관한 책의 대부분이 전학하거나 졸업하는 걸로 끝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 경우에도 전학을 선택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토의하고 어른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런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한 경험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과감히 개입해야 한다.

김현희(한국 독서 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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