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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발달단계와 독서지도

1. 어린이의 발달 단계와 독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책을 무척 많이 읽는다는 아이가 나왔다. 만 2세 정도에 글자를 완벽하게 익혔고, 그 후로 혼자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세계명작동화를 읽기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삼국지를 비롯하여, 인물전, 역사이야기는 물론이고 어른들이 보는 책까지도 무척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지만, 아이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가 남녀간의 복잡한 사랑과 인간의 고뇌와 존재감을 다룬 철학적인 책, 난해한 과학과 생물학적 원리가 서술된 책, 권모술수가 오고가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들까지 두루 읽고 있다.

  과연 이 아이는 행복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다른 아이에 비해 비범하기 짝이 없는 영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린이의 발달 단계를 생각하고, 그 어린이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세상을 견주어 본다면 과연 그렇게 얻어진 지식을 아이가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피상적인 지식과 경험에 머무르고 말 책을 읽는 아이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자기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통해서 외부 세계를 알게 된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인식할 수도 없고, 인식한다해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즉 사람은 아는 만큼만 인식할 수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연령에 따라 경험의 양과 질이 다르므로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린이의 발달 단계를 알고 책을 권해준다면 분명 그 아이는 자신의 지적수준과 맞는 책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있고 폭넓은 소양을 갖추게 된다.

 물론 아이들의 개인차는 존중되어져야 한다. 몇 세에는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발달단계상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결국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취향을 무시하게 되어 책과 더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발달 단계에 따라 어느 단계에서는 대단히 빠른 발전을 보이다가 어느 단계에서는 몹시 느리기도 하다. 엄밀하게 발달단계에 선을 그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올바른 독서지도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지고 평생독서의 습관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는데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발달단계와 특징을 알고 어린이를 이해하는 기초로 삼아 적합한 책을 골라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발달단계에 맞는다는 것은 어린이의 지적수준과 흥미에 맞아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 초등학생의 발달 단계와 독서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을 가진 저학년 (1-2학년)   

  1학년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인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읽어주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똑같은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한다. 독서의 이미지는 마음속에 그리는 이미지 속에서 나온다. 유아시절에 그림책 독서를 충분히 했다면 상상력이 풍부해서 이미지 그리기에 익숙하다. 1학년이 되어 그림보다는 글씨 위주의 그림을 곁들인 동화책이나 교과서를 보면서 스스로 이미지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독서를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들으면서 읽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좀 더 길고 복잡한 다른 나라의 환타지 동화, 마음을 울리는 생활 동화 등의 좀 더 문학성이 있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원한다. 더불어 그리고 자기 스스로 그 책들을 읽고 싶어한다.  더구나 글자를 이미 다 알게 되었다면 스스로 읽고 싶은 욕구도 더욱 강해져서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2학년이 되면 그 단계는 더욱 발전하여 혼자 책읽기를 자꾸만 시도하고 스스로 좋은 책을 찾아보고 싶어하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들의 개인차가 아주 커서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부터 스스로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렇게 시작이 다른데 글자를 알고 모르느냐에 한계를 둔다면 독서로부터 아예 멀어지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은 좋은 책을 잘 골라서 읽어 주면서 책 읽는 즐거움도 알게 하고 좋은 책과 만나는 경험도 꾸준히 갖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책과 친해지면서 글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쉽다.  어린이들이 글자를 안다고 해서 문장에 담긴 뜻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아직은 듣고 즐기면서 상상의 세계에 젖어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한층 풍부하게 펼쳐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든든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 시기의 아이들은 환타지적인 세계를 좋아한다. 5.6세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인간의 상상력은 7세가 되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의 어린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맑고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보다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든지, 학교 가는 길에 악어를 만난다든지 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나오는 책이라면 아이들은 푹 빠져서 좋아한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조화된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은 더욱 상상력을 키워가며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금세 글씨만 있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은 글자 해독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그림책도 많이 보도록 해야한다. 요즘에는 저학년이 읽기에 알맞은 옛 이야기,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과학 책, 또래의 경험을 배우는 생활동화까지도 그림책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그림책은 유아기에만 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림이 풍부한 책은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하고 부담 없이 읽도록 해준다.

 어떻게 도와줄까

아이들의 개인차는 무척 크다. 좋아하는 분야, 독서력, 이전의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다. 어떤 아이는 그림 있는 책은 시시하다고 싫어하고, 과학에 관해서는 통 관심도 없는 아이, 맘에 드는 책만 계속 읽는 아이, 읽어주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모두가 다르다. 그런 개인차를  배려해주면서 늘 칭찬해주어야 한다. 책과 본격적으로 친해지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도와주어야 한다.

 우선 많이 읽어 주어야 한다. 함께 읽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주고, 관심사도 찾아내어야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는 시기이므로 걸 맞는 책도 함께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책의 필요성과 유익함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깊이 있게 이해할 기회를 준다면 탐구력을 키우는 기초도 닦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 책을 읽을 여건을 준비해 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책을 읽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중학년 (3-4학년)

  자기 중심적 심성에서 벗어나는 시기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나와 가족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공감하는 등 자주적 판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옳고 바른 것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자기의 태도를 결정한다.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 이전의 독서습관과 읽은 책들에 따라서 개인적인 취향도 생긴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도 생겨나고 책과 이미 멀어진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초등학교 3,4학년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대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없고 행복한 생활 속에 있다. 이제 문자를 깨우쳐서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나름대로 친구가 생겨 우정 생활도 원활하다.

실제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어떤 아이들은 하루에 한 권을 읽기도 한다. 이 때의 문제점의 하나는 엄청난 독서량에 비해 책이 부족할 경우 읽을 책이 없는 어린이들은 허드레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만화에 빠져들든지 , 오락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 부모의 할 일은 좋은 책을 많이 준비해 주는 것이다. 자기 전용 책꽂이에 읽을 책이 많으면 이 때의 아이들은 하나하나 격파하듯 읽어 나가게 된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제까지 환상의 문학에 즐거움을 느끼던 아이들은 아홉 살이 되면 환상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팬터지보다는 정말로 있었던 현실에 가치를 두게 된다. 그러나 팬터지를 몰아내고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전히 된 상태는 아니다. 이런 어린이에게 기쁨을 주는 읽을거리는 환상과 현실이 결합된 이야기의 형태이다.

그것이 신화와 전설이다.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세계의 새벽의 신비를 맛보는 일이다 이러한 신화와 전설은 3학년 아이들에게 경이감을 준다. 이제까지 양탄자, 마법 , 공주. 왕자의 이야기에 젖어 있던 그들은 천지 창조, 나라의 시조, 마을의 전설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그들의 상상력의 폭이 광활해진다. 시간의 화살을 타고 고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환상의 시기를 떠나 합리적 사고기에 들어선 3,4학년 어린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문학이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어린이는 역사와 전기적 인물의 입장에 자기를 두기를 좋아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쁨과 슬픔, 충성과 배신, 강함과 약함, 겁과 용기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영웅전을 읽으면 아이들은 웅대한 마음을 키우고 상상력이 확대된다 영웅의 훌륭한 행동과 견뎌 내기 어려운 곤란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는 흠모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초월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이는 정신적으로 격조 높은 경험을한 듯한 느낌을 얻게 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의 생활에서 중요한 관심의 하나는 친구이다. 가정이나 동네에 한정되어 있던 그들의 삶이 학교라는 공동체로 이동된 후 1, 2년이 지났으며 그 동안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읽을거리는 우정을 이야기한 책들이다, 우정을 이야기한 책은 아이들에게 친구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주게 되어 친구 사귀는데 도움을 준다.

 이 시절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이상한 것, 신기한 것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모험을 동경한 나머지 집안의 은밀한 장소를 찾아 벽장이나 창고 속에 저만의 은밀한 장소를 정해 두기도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의 이러한 특징은 어른에 예속된 생활을 떠나 독립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이야기가 바로 모험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도와줄까

그림이 많고 글씨가 큰 책보다는 거의 글로만 된 책에 익숙해지고 문장이 길고 줄거리가 복잡한 책들도 즐겨 읽게 되는 학년이다. 그러므로 그림동화, 단편동화, 장편동화를 함께 볼 수 있어 다양한 독서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주제도 다양하게 골라서 읽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생활주변의 이야기, 사회의 모습을 다룬 이야기,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이야기들로 세상을 참되게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기 시작하도록 한다. 특히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인물 이야기도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읽어서 관심의 폭이 넓어진 욕구도 충족시켜주고,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가도록 해야한다.  

 아이들이 관심이 다양해지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하는 시기도 거쳐가게 된다. 만화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만화의 내용을 따져서 좋은 만화를 읽도록 하고, 폭력이나 비도덕적인 내용을 다룬 것은 비판하면서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만화 읽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만화독서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독서의 수준이 그 자리에 머물 수도 있다. 만화의 내용과 관련 있는 책을 함께 읽도록 해서 만화에만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 생각이 깊어지고 지식을 탐구하는 고학년 (5-6학년)

  5, 6학년이 되면 지적 호기심이 증대된다. 그래서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또 합리성이 발달하여 비현실적인 논리에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자격을 갖추기 시작하여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고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 시기의 아동이 사회 전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 신문 등 매스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도 흥미를 가기며 더 큰 집단성을 지니기도 하여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위치를 잡아가는 시기이다.

호기심의 분야도 각각 다르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사회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이렇게 관심의 분야가 생기게 된다. 갱인의 관심에 따른 독서지도가 필요한 시기다.

 고학년에 되면 아이들은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특히 요즘같이 학교 수업 외에 배우는 것이 많은 아이들은 교과서나 학원 교재 외에 다른 책을 들춰 볼 시간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중에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청난 독서량을 가진 것을 보면 시간이 없다는 것이 핑계로 생각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속독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책 한 권을 모두 인어 버리는 일도 있다. 물론 정독을 한 경우보다는 독해력 이 뒤지겠지만 안 읽는 것에 비한다면 나은 경우다.    

이 시기의 독서량은 저학년에서 습관을 키운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간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독서를 안 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보다 더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신기하게도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의 교과 성적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독서량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말을 쓸 정도로 독서량이 많은 아이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학년 때의 독서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 시기 어린이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는 지식의 책에 흥미를 느낀다. 글은 정확한 지식, 명확한 설명을 해야한다. 어린이의 지적 호기심이 왕성할 때 그것을 만족시켜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때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충분한 책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책이 주위에 없으면 아이들은 오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합리적 사고기의 중간에 있는 5, 6학년 어린이들은 인간의 삶과 운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역사를 다룬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독해 수준과 지적 수준이 발달한 어린이들은 이야기로 풀어 쓴 역사책을 읽기도 한다. 역사 소설은 그 본질에 있어, 역사가 아니고 픽션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알고 있지만,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시대의 삶과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는 부모나 형제로 이루어진 가정의 세계로부터 독립하려는 정신적 이유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가정에 불만이 없어도 부모보다는 친구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밥만 먹으면 친구를 찾아다니고 자기들끼리 그룹을 만들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독서는 우정을 다루거나 의리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그밖에 탐정, 추리 소설에 흥미를 가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나 환상의 세계는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논리의 세계이다. 이런 아이들의 논리성을 성장시켜 주는 문학의 형태에는 탐정 소설과 추리 소설이 있다. 탐정 소설과 추리 소설은 우연의 세계를 배제하고 필연의 세계를 어린이 앞에 보여 준다. 날아다니는 양탄자나 이상한 램프를 통해 보물을 얻는 주인공에 박수를 보내던 아이들은 이제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갖은 지혜를 다 동원하고 용감하게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아이들은 동화의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에 한 발짝 들어선 것이다. 또한 건전한 추리 소설, 건전한 탐정 소설을 찾아 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할 일이다.

어떻게 지도할까

  이 시기는 생각이 깊어지고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역사와 사회, 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생긴다. 따라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지식을 탐구하고 독서의 폭도 넓혀가도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양서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10세 이상이 된 만큼 이 때부터의 독서는 의지력으로 해야 한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면서 그 책의 가치여부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저학년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스스로 양서를 구분할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책이 불량도서이며, 인쇄와 번역이 성의 없으며, 흥미 위주의 내용이 들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을 욕심에 이롭지 않은 책을 읽느라 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서에 흥미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순식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끝까지 읽지 못하기 때문에 읽기 쉬운 만화책이나 유행하는 베스트 셀러 등에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아이의 독서 수준을 늘 점검하고 가방 속이나 책상 위에 언제나 읽을 만한 책이 놓여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3. 어린이의 책 읽기

  지금까지 발달단계에 따른 특성과 독서지도 방법을 살펴보았다. 발달단계에 따른 어린이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은 즐겁고 바람직한 독서를 하도록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독서능력에 맞추어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 아래로 학년을 뛰어넘어 골라주는 안목이 필요하다, 저학년 때 책의 재미를 못 느꼈다면 책 읽기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으니 저학년 단계부터 골라 읽히면서 서서히 단계를 높여갈 필요도 있다.

그리고 먼저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만들고, 끊임없이 읽을 거리를 제공하여 책과 친해지게 해야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린이는 저절로 자주적인 독서를 하면서 책을 즐겨 읽고 평생의 독서습관을 키우게 될 것이다.

즐겁게 좋은 책을 읽으며 자란 어린이는 늘 풍요로운 마음으로 삶을 가꾸며 아름답게 살게 될 것이다.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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