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몇 달 전, 피자매연대 관련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나오자, 옆지기가 이거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했더랬다. 솔직히 그때 난, 온갖 관계의 압박을 받으며 일해서 돈 벌고,책 한 권 읽을 여유도 간신히 찾는 여자들이, 사회의 성차별에 더해 자연의 차별까지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좀 짜증이 났다. 대략 40년간 한 달에 일주일씩 꼬박꼬박 불편한 것은 자연의 섭리니까 그렇다고 치는데, 그런 불편함에 빨래의 짐까지 보태야 한단 말인가! 빠는 건 그렇다 치고, 잘 마르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해? 그렇잖아도 가방이 무거운데, 빨랫감까지 보태서 들고 다녀야 한단 말이야?

아마, 인생의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는 부담감(늘 마음 한켠을 짐스럽게 하는 환경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때문이었나 보다. 대안 개짐을 내 몸을 위한 현실의 대안이라기보다, 어떤 이상적이고 당위적인 것으로 생각해서였나 보다.

그런데 정작 사용해본 지금, 그런 생각은, 지난 20년 동안 달거리를 해오면서, 달거리대를 빨아서 쓴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데서 연유한, 멋모르는 혐오감이었음을 깨달았다.

정말 편안하다! 일회용 생리대를 했을 때의 이물감, 공기가 통하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없다는 게 이렇게 편안한 느낌인 줄 몰랐다. 순면 느낌 어쩌고 광고하는 것도, 몇 시간 하고 있으면 그 보풀이 일어나 역시 불편하다. 물론 월경통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편안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매우 좋아, 게으름이라면 한다하는 나도 빨래하는 것이 전혀 귀찮고 힘들게 여겨지지 않았다.

냄새가 나지 않을까, 똑딱단추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해서는 이미 따우님도 쓰셨고, 또 피자매연대에서 내놓은 글에도 나오니 다시 말하지 않겠다. 그 외에, 쓰기 전에는 신경 쓰였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사라져버린 걱정거리가 세 가지 있었다.

1. 헝겊 달거리대라니, 자주 갈아야 하지 않을까?
헝겊으로 만들었다 해서, 쉽게, 빨리 젖어버릴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융이란 천이 흡수력이 좋은지, 결코 일회용 생리대에 뒤지지 않았다. 융으로 만든 겉감에 속대를 2개씩 넣었는데, 아래쪽 속대는 다 젖지도 않았다. 양이 꽤 많은 사람이라 불안하다면, 속대를 3개 넣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이 대안 개짐은 똑딱단추로 팬티에 고정하기에, 필요하면 똑딱단추를 끌러 속대의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도 혹시나 해서 속대를 3개 넣었다가, 그럴 필요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1개 빼냈다.

그리고 나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에도, 양 옆으로 조금씩 새어 속옷에 얼룩이 지곤 했다. 그런데 융이 잘 감싸주어서 그런지, 새지 않는다! 밤에 잘 때 뒤로 조금씩 흘러 얼룩이 지는 건 일회용 생리대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리어 대안 개짐을 썼더니 덜 흐른 것 같다. 대안 개짐의 흡수력은 값비싼 일회용 생리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2. 빨래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 텐데
몸의 느낌이 좋으니까 귀찮은 줄도 몰랐다. 그리고 의외로 쉬웠다. 한두 시간 정도 물에 담가놨다가 비누를 칠해 가볍게 문지르니 얼룩 하나 없이 말끔해졌다. 한 30분 정도만 담가놔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철야라도 한다면 손가락 까딱하는 것도 힘들겠지. 매일 빨래하기 어려우면 여러 개를 갖춰놓고 사용해야겠지...

3. 잘 마르지 않으면 어떡하지?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빨아논 뒤에 다음날 아침까지 안 마르면 어쩌지? 그런데 감이 좋아선지, 반나절 지나 만져보니 뽀송뽀송 말랐다. 물론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지금보다 느리게 마르겠지. 역시 몇 개 더 장만해서, 오늘 쓴 것은 내일 하루 종일 말리고, 내일 쓴 것은 모레 말리고 하는 식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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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개짐을 쓰도록 용기와 자극을 주신 따우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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