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밀키웨이 > 상상력 충만 - 데이빗 와이즈너

 


<이상한 화요일>, <구름 공항>, <아기 돼지 세 마리>를 차례로 읽고 나서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그림책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이었고, 한참 후에 다시 든 생각은 그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데이비드 와이즈너(David Wiesner)를 이 달의 작가로 정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1956년 2월, 미국 뉴저지에서 조지와 와이즈너(George Wiesner)와 줄리아 와이즈너(Julia Wiesner)의 다섯 번째 아이가 된 데이비드! 그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마칠 때까지의 생애를 살펴 보다 보면, 예정된 그림책 작가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 나간 ‘창작 과정 연습기’라는 말이 꼭 맞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데이비드 그림의 시작은 공룡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애들이 흔히 그렇듯 데이비드 역시 공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아이여서 친구들과 뒤뜰에서 공룡을 사냥하는 놀이를 즐겼다. 원시인들이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 동굴 벽에 사냥감을 최대한 실물에 가깝게 그렸던 것처럼 그 역시 자기 사냥감인 공룡을 가능한 한 실재에 가깝게 그리기 위해, 방안에 공룡 책이란 책은 몽땅 널어놓고는 몇 번이고 공룡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일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수였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공룡에 대한 열정은 사라져 갔지만 그렇다고 데이비드에게서 그림에 대한 열정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공룡 대신 그를 사로잡은 건 뉴저지 공공 도서관에 있는 <타임 북(Time Book)>이라는 예술사 책 시리즈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듀러, 미켈란젤로, 다 빈치 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 브뤼겔, 달리 등 이후 시대 화가들, 초현실주의 화가들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명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명화들에서 특히 와이즈너의 눈길을 끈 건 그림 속에 나타난 풍경들이었다. 그는 몇 시간이고 도서관 의자에 앉아 공룡을 그렸을 때처럼 그림을 따라 그리는 일에 정신을 집중하곤 했다.

캔버스 위에 옮겨진 그림 하나하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몇 개의 그림들을 늘어놓으면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림들을 영사기에 옮겨 그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데이비드에게는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친구들과 함께 박쥐가 나오는 무성영화를 만드는 걸로 이어진다.

<이상한 화요일>이나 <훨훨 날아라(Free Fall)> 같은 그의 대표작들에 나오는 그림들 하나 하나가 마치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림처럼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진 그림들인데 이 시절의 경험들을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글 없는 그림책 세계의 문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던 와이즈너는 로드 아일렌드 디자인 학교에서 그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손에 넣는다.

디자인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만난 룸메이트는 데이비드에게 다양한 글 없는 그림책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처음 그는 이 책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1년 반쯤 후에 친구와 함께 간 어느 도서관에서 칼데콧 상을 받기도 한 린다 월드(Lynda Ward)의 작품을 보고는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글자 없는 책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 세계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3학년에 접어들면서 와이즈너는 유화를 비롯한 본격적인 그림 기법들을 배우는 한편, ‘변신’이라는 주제로 길이 10피트, 높이 40인치짜리 벽화를 그렸다. 오렌지 조각이 녹아 요트가 되었다가, 다시 물고기가 되고, 이것마저 녹으면서 다른 것들로 계속 변해 가는 일련의 그림들은 전혀 관계없는 사물들이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하면 어떤 연결 고리가 생기고, 이 그림들간의 연결로, 이야기가 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원리를 터득하는데, 이 원리야말로 글자 없는 그림책의 기본 바탕이 된다. 3학년 때 벽화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던 와이즈너는 이 때 터득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4학년이 돼서는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는 이 일을 위해 학교를 다녔다.

벽화를 만들 때 톰 소로스(Tom Sgrous)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데이비드 맥컬리 교수는 와이즈너 뒤에 서서 문자로 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재구성하는 방법, 중요한 부분들을 화면에 나타내는 시점과 구도를 포착해 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덟 단계의 창작 과정을 거치는 동안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적절한 조언과 지도를 아끼지 않은 스승들이 없었다면 데이비드 와이즈너가 과연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창조한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렇다 아니다를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1992년 칼데콧 상을 안겨준 <이상한 화요일>을 톰 소로스 교수에게, 10년 뒤 두 번째 칼데콧 상을 안겨다 준 <아기 돼지 세 마리>는 데이비드 맥컬리 교수에게 바친 것으로 봐서 와이즈너에게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 시절이 작품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건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이제 그가 배워야 할 일은 끝났다. 4학년 때 그림책을 만들면서 ‘언젠가는 내가 만든 이야기책을 출판해 보고 싶다’라는 작가가 되고 싶은 동기까지 얻었으니 학교가 그에게 해 줘야 할 일은 더 이상 없는 샘이다.

졸업 후 데이비드 와이즈너는 다른 대부분의 그림책 작가들처럼 잡지나 책의 표지를 그리면서 자기 책이 나올 그 날을 기다렸다. 그 사이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에 그림만 그린 그림책 몇 권을 출판하기도 했고, <E.T.> 같은 영화를 그림책으로 재구성하는 일도 하면서 실제적인 경험을 쌓아나갔다.

데이비드가 바라던 그 날은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1988년에 찾아온다. 체스를 좋아하는 한 소년이 꿈속에서 이불이 장기판으로, 장기판이 사람으로, 책이 성으로 변하고, 소년이 여행하던 도시는 책장이 바람에 날리듯 떨어져 내리면서 또 다른 무언가로 계속 변해가는 이야기다. 대학 3학년 때 제작한 ‘변신’이라는 벽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 책은 책장 하나하나를 뜯어 이어 붙이면 하나로 이어진 두루마리 그림병풍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으로 그는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고, 그림으로만 이야기하는 어린이 그림책의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레 확인했다.

3년 뒤인 1990년에 와이즈너는 <허리케인>이라는 작가의 전기적인 작품으로 미국 서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책 상을 받으면서 또 한번 독자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1년 후에는 해가 지자 두꺼비와 개구리가 마법에 걸려 연잎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초현실적 이야기를 영화 같은 그림으로 엮어 낸 <이상한 화요일>로 칼데콧 상을 받았다. 이제 그의 작품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독자들의 확실한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이상한 화요일> 이후에도 그는 다른 그림책 작가들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작품이 뛰어난 만큼 그 보상 역시 확실했다. 2000년에는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길을 잃은 소년이 구름공항에 가서 구름들에게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어 주는 <구름공항>으로 또 한번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아기 돼지 세 마리’를 새롭게 해석한 <아기 돼지 세 마리>로 두 번째 칼데콧 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살면서 환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 북보트에서 퍼옴

 

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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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ajo 2004-06-2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

http://www.houghtonmifflinbooks.com/authors/wiesner/


The Three Pigs에 대한 활용자료가 있는 곳

http://www.vickiblackwell.com/lit/threepigs.html

밀키웨이님 꼬리에서 가지고 온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