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이 시를 듣고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까지 내가 접해본 그 어떤 시도 이렇게 가슴 정중앙에 과녁 꽂듯 툭, 하고 박히지는 않았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은 누구일까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로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 황지우였다.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피는 꽃이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제 스스로 꽃잎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종교, 정확히 말하자면 불교적인 교리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꽃이며 석가탄신일에 절마당 가득 달린 연등의 모습은 신성하고 거룩하기까지 하다. 그에 비해 갯펄을 뽈뽈거리며 기어다니는 게, 무작스럽게도 간장 게장이 생각나 입맛을 다시는 나같은 독자에게 '게눈 속의 연꽃'이라니.'너를 기다리는 동안' 때문에 사버린 시집이었는데, 늙은 아내에게 소근소근하는 듯한 시와, 담뱃갑의 경고를 보며 뻑뻑 담배를 피워대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흐뭇했다.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시보다는 시인의 개인적인 경력 때문에 호감이 가는 황지우였지만, 역시나 그의 툭 던지는 듯하면서도 유려하게 흐르는,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시어들은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