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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왕자 21
야마다 난페이 지음, 최미애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순정 만화의 '오버'로 범벅된 눈물 질질짜는 애정 스토리가 지겨워졌다면, 이 만화로 눈을 돌려봐도 좋겠다. 홍차 속에서 홍차 나라 왕자님이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데다가 이 왕자님들이 또 외모와 몸매 역시 어디에도 안 빠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눈요깃감과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만화의 강점은 캐릭터의 생생함에 있다. 너무 자주 본 듯한 -털털하고 씩씩하나 마음 속은 여린 귀여운-승아가 주인공인 것은 좀 마땅찮지만, 예쁘장하고 몸매도 탱탱(!)하지만 약간 머리가 빈 듯한(그러나 20권부터 훌쩍 성숙해졌으니 기대하시라) 미경이, 늘 그렇듯 오랫동안 승아와 함께한 단짝친구이지만 홀로 가슴앓이 하는 남호(미경이는 '나무'라 불렀었다-_-;), 그리고 홍차왕자도 각자의 홍차에 따라-얼 그레이,세일론,아삼,오렌지 피코 등으로 나뉘어 있다. 다정다감한 얼 그레이, 냉소적이지만 뛰어난 미모를 갖춘 세일론, 화끈하고 남자다운 아삼, 깜찍하고 발랄한 피코,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비밀을 간직한 다즐링 왕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일단 여자의 수가 적은데다가 작가가 남자보다 무신경하게 그린 듯 외모가 너무 수수하다는 것이 첫째고, 뒤로 갈수록 야마다 난페이 역시 '등장인물 얼굴 다 똑같아지기'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최근 나온 21권을 보면 애들이 다 똑같이 생긴데다가 책의 구성도 정신없어져서 실망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껏 읽어오는 동안 아주 순수한 웃음과 두근거림을 준 기특한 만화책이다. 특히나 홍차왕자들이 2등신으로 변신했을 때의 캐릭터는 어찌나 귀여운지 깨물어주고 싶다. 앗!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홍목단을 빼먹었군. 홍목단의 2등신은 멋지면서도 앙증맞기 이를 데 없다. ㅎㅎ 아직 안 읽어봤다면 반드시 읽어볼 것. 그러나 사실 홍차 이야기는 별로 없고, 대신 어디 가서 홍차 주문하기에 수월해지는 장점은 있다. 그 홍차를 마실 때마다 피식피식, 홍차왕자들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