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늘, 자신 안의 깊은 우물에서 슬픔을 퍼올리듯, 신경숙은 소리내지 않고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소설 속 여자들은 아이를 잃었거나 아이를 낳지 못했고 그녀들의 동생과 친구들은 모두 불시에 죽어 버렸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혼잣말 같은 이야기들, 신경숙은 늘 가장 신경숙다움으로써 독자를 우울하고 슬프게 만들었다. <J 이야기>는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소설이다. 연작 소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연작 에세이나 연작 콩트에 가까울 듯한 이야기들,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키만 멀대같이 크고 얼굴 허연(작가 자신의 표현)' 신경숙의 젊은 날 옆모습이 불쑥 떠오르는 작품이다.

오랜 연애 끝에 닳아진 사랑, 헤어져! 해놓고 그 돈 네가 가지라는 말에 화기애애해지는 가난한 연인들, 남편의 첫사랑 때문에 투닥투닥 싸우고 찐감자를 어디에 찍어먹을까 때문에 서로를 '무식한 연놈' 취급하는 평범한 신혼부부들의 냄새가 물씬 배어나는 책,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로 특별할 것'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경숙다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처음 4분의 1쯤 읽으면서 실망감이 느껴졌지만 결국 한 권의 책을 덮으면서는 이 자신답지 않음 역시 매끈한 바느질 솜씨로 착 착 홈질해서 삶의 자그만 손뜨개를 완성한 작가에게 역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픽,픽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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