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갈이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3
한영미 글, 남궁선하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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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VS방패말

 

[힘들겠지만 이런 방패말을 사용해서 상대를 어이없게 또는 쑥스럽게, 그도 아니면 질리게 만드는 거예요. 그래도 상대가 막무가내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무리 전사처럼 용감하게 맞선다고 해도 혼자서 여러 명을 감당하기는 힘드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슈갈이다>라는 책 제목과 겉표지를 보고는 가해자 아이와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피해자 아이가 칠판 앞에서 욕씨름하는 줄 알았다. 슈갈을 열여덟이라는 숫자를 연상케 하는 욕을 돌려서 쓴 걸로 생각했던 건데 입이 돌출이라는 이유로 갈갈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왕따로 힘들어하던 주인공 수아가 만든 슈퍼 갈갈이를 줄인 귀여운 방패별명이었던 거다. 내가 뽑아본 두 명장면으로 벙글 씨가 왕따 경험자로서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부분(역시나 왕따와 학교폭력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나 보다.), 담임과 수아의 엄마가 수아의 집에서 과자 봉지를 여기저기 흩트리기, 라면 부스러기를 사방에 떨어뜨리기, 돼지 저금통의 배 찢어놓기, 또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는 등으로 온갖 나쁜 짓을 해대는 태영이 일당의 현장을 잡는 부분은 작가의 말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5학년이 된 첫날 수아는 엄마가 만들어준 공주풍 원피스가 너무 튀었는지 약간의 움직임으로 담임에게 떠든 학생으로 지목되어 교장 선생을 찾아 학교 전체를 뛰어다니게 된다.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한 태영이는 그렇게 담임에게 휘둘린 수아가 만만해보였는지 턱까지 잡고 외모지적을 하고 갈갈이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반 아이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여기서 내가 수아의 심정을 모른다고 하면 개구리 올챙잇적 모른다.’와 다를 바 없다. ‘못 생긴 게!’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외모관련 별명이 시작되더니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뻐드렁니, 토깽이, 토끼전 이라는 별명도 모자라서 돌출된 내 앞니를 흉내 내는 조롱까지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 결과 나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못생긴 줄 안다.

태영이는 별명을 붙이는 건 시작이라는 듯 방과 후, 반 아이들을 단체 카톡방으로 초대해서 수아를 향한 욕을 퍼붓게 하고 돈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4명의 일당과 수아의 집에 들이닥쳐서는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음식들을 마구 꺼내먹고, 약탈해가기도 한다. 담임에게 말하면 2학년인 동생 정아도 괴롭히겠다는 것과 태영이의 중학생 오빠가 일진이라는 협박에 담임에게도 엄마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수아는 다섯 아이들을 피해 옆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있다가 나는 혼자다’, ‘나는 외톨이다’, ‘나는 왕따다등을 쓴 종이를 비행기로 만들어서 던지며 경비 할아버지에게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척척 구겨진 채 쓰레기장에 던져질 뿐이다.(내 경험상 주먹을 보이며 이르면 이거야!” 혹은 이르면 죽는다!”는 아이치고 무서운 애 한명도 못 봤다.)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의 가게에서 배달 일을 하는 벙글 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수아에게 방패말을 사용하는 방법과 적극적이면서 은밀한 방법으로 어른들에게 알리라고 조언한다. 다음날 첫 번째 조언을 실천하기위해 태영이 일당에게 슈퍼 갈갈이이라고 불러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다섯 아이는 수아를 넘어뜨리고 배에 올라타는 등, 머리카락을 자근자근 밟는 등으로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간접적으로 담임에게 알리기 위해 일부러 휴대 전화를 교실에 놓고 나가는 방법으로 두 번째 조언을 실천한다. 그러고 보니 벙글 씨의 두 번째 조언은 나도 비슷하게 사용했던 방법인 듯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휴대 전화가 없었기에 담임이 매일 검사하는 일기장에 칼장난하며 위협하는 남자짝 이야기를 썼을 때는 나, 남자짝, 방관했던 앞에 앉은 두 아이를 칠판 앞으로 불러내서 세 아이를 공개적으로 꾸짖었고, 매일같이 때리고 꼬집는 앞에 앉은 여자애 이야기를 썼을 때도 이세경! 너 왜 서연이 꼬집어! 서연이네 어머니한테 전화 왔어!”라고 한마디 해줬으니까 말이다.

 

<나는 슈갈이다>에서 수아와 태영이의 담임선생은 현장을 잡자마자 동작 그만!”을 외치며 아이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약탈해가려던 돈과 먹을 것들을 내려놓게 하고, 가해자의 부모들도 불러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교감이라는 사람은 현장을 보고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안경도 두 동강 나고 울고 있는 내 편에 서줄 것처럼 하더니 가해자 아이의 거짓말만 듣고 그럼 이서연이 잘못한 거여!”라고 나를 두 번 죽이는 말을 내뱉었다. 너무 억울했기에 반박하려했지만 교감은 조용히 해!”라며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벌써 20년이 흐른 일이지만 본인의 손자, 손녀였어도 그렇게 행동했을까 싶다.

 

[수아는 휴대 전화를 침대에 던져 버렸다. 그러다 다시 집어 들고 카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태영이와 그 아이들 이름을 괴물로 바꿔 버렸다. 태영이는 괴물1, 미정이는 괴물2, 민지는 괴물3, 세희는 괴물4, 영주는 괴물5. 59]

 

[‘돌아보지 않을 거야.’

거기에는 태영이 일당은 물론이고 가온이를 비롯한 반 아이들 전체가 있을 것이다. 수아는 모두 한 패가 되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수아는 마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한 양 서둘러 그 길을 벗어났다. 70]

 

 

 

 

-어린이 나무 생각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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