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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봐, 들어 줄게 ㅣ 내책꽂이
콜린 피에레 지음, 임영신 옮김, 유하영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고양이에게 고양이만의 표현이, 사람에겐 사람만의 표현이
도시를 떠나 시골의 넓은 집으로 이사 온 알뱅은 옛 친구들과 예전에 살던 동네가 그립다. 자기들끼리만 친한 반 아이들로 인해 외롭게 지내던 알뱅은 여덟 살이 되는 생일날 엄마, 아빠에게 판다를 닮은 아기 고양이를 깜짝 선물로 받는다. 귀여운 동물을 돌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오래전부터 키우고 싶었던 고양이였기에 더더욱 신난다. 가을 소풍날 다른 아이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바위 위로 올라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알뱅을 보고 웃고만 있지만 레안은 다가와 손을 내밀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둘이 같이 점심을 먹으며 레안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의 레안이 슬픈 표정을 지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레안은 알뱅이 전학 온 날 먼저 다가와 준 단 한 명의 친구였기에 슬픈 친구를 위로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양이 판다가 떠올랐다. 고양이 판다가 알뱅 앞에서 가르랑거릴 때면 슬픈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로하는 가르랑거릴 수 있는 고양이 판다의 재주를 부러워하다가 고양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보고 침대위에 쿠션들을 모아서 고양이 바구니 안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그 속에서 잠자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말 대신 ‘야옹.’으로 답하자 많은 아이들이 ‘야옹야옹’하고 따라 하니 반 아이들과도 친해진 기분이다. 선생님도 야단을 치기는커녕 고양이를 흉내 내 시를 읽어 보라고하니 아이들의 친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심리학자인 알뱅의 엄마도 알뱅이 원하는 대로 고양이 먹이를 주기도하고, 욕실에 커다란 모래통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나는 엄마가 나를 잘 이해해 줘서 좋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내 생각을 먼저 묻는 편이다. 내 물음에 항상 대답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준다. 42쪽]
[하지만 가끔 레안의 얼굴에 슬픔이 비칠 때면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를 바보처럼 느끼면 레안은 나를 멀리하는 것 같았다. 68쪽]
[그날 저녁, 나는 레안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나는 꼭 말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레안에게 그림을 그려 주거나 케이크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책을 소개해 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92쪽]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하는 같은 반 여자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표현력이 서투른 알뱅이 말 대신 편지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레안의 조언을 듣고 고양이를 흉내 내는 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쓴 편지를 깜깜한 밤에 몰래 집에서 나와 레안의 집 현관문 밑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보고 ‘어! 나도 이거 해봤는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중학교 1학년 때 화가 난 친구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 힘들어 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내 사과편지를 읽고 풀어졌던 반 친구가 떠올라 예쁜 카드에 사과의 말을 쓰고 친구의 집 현관문 틈에 꽂았던가? 우편함에 넣었던가 했던 것 같다. 다음날 하교하는 나를 보고 “안녕”하고 말을 걸더니 “우편으로 보내면 되지 왜 집에다 꽂아놓고 갔냐?”라는 친구의 말에 쑥스러워하던 내가 떠올랐던 거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