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다릿돌읽기
안오일 지음, 김선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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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뒤에는 후회, 끈기 뒤에는 성취감

 

[저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은 악기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배웠는데 끝까지 제대로 배운 건 하나도 없답니다. 금방 싫증내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욕심만 많았지 끈기가 별로 없었지요.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조금씩 다룰 줄은 알아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에요. -작가의 말 중에서-]

어린 시절의 나는 퍼즐놀이를 좋아했기에 끝까지 맞추곤 했지만 배우는 면에서는 끝까지라는 게 없었다. (! 하나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제2외국어로 시작해서 대학교에서 전공까지 했던 중국어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다니기 시작했던 미술도 흥미가 없어서 다니다 말다를 반복했고, 2학년 때 시작한 피아노는 중학교 2학년 때 끊고, 5학년 겨울부터 다녔던 태권도학원도 내가 중학교에 가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릴까봐 걱정이 된 엄마의 권유로 6학년 여름에 끊었다. 학습지도 신청했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해서 지금의 나는 예술도, 운동도, 공부도 잘하는 분야가 없는듯하다.

 

주인공 이대로는 애벌레 관찰이 짜증나서 모둠 아이들의 핀잔에도 교실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을 다니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끈기가 없는 아이이다. 방과 후 컴퓨터반도 며칠째 가지 않고 있다는 엄마의 꾸지람을 피해 놀이터로 달려가서는 놀이에 금방 싫증을 내며 다른 놀이로 바꾸자고 말하다 좋아하는 민희에게 '땅꼬마 주제'라는 말을 듣고 분하고, 슬프고, 약 오르고 기분이 엉망이 된다. 이번에는 아파트 뒷산으로 달려가서 커다란 나무에 매달리다 나무 안으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다람쥐 다람이를 만난다. 대로는 집에 갈 거라며 발버둥 치지만 나가는 문도 없고, 대로 스스로 문을 만들어야하는데 방법은 '진짜 나이테를 찾아라.'라는 시험에 통과하는 거다. 시험에 통과하려면 엉킨 넝쿨 풀기, 책상 크기만 한 퍼즐 맞추기, 그림 속 산 정상에 오르기 그리고 여러 동그라미 그림들 중에서 진짜 나이테를 찾아야한다.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애벌레로 변해서 히죽히죽 웃으며 문제를 내던 애롱이와 같은 방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 대로는 안내자인 다람이에게 도와달라며 여러 번 부탁하고 애원하지만 과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며 묵묵히 지켜보며 약간의 꾸짖기, 채근, 격려를 하기도하고 대로가 통과할 때마다 같이 기뻐하는 정도다.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서평을 쓰면서 생각나는 노래가사가 있다.

'주저앉고 싶은 유혹도 많지만 알 수 없는 나의 미래가 너무 두려워.'

긴 학교폭력과 왕따로 힘들어했던 나는 자퇴 그러니까 학교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애들은 안 그럴 테니까 참자.'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졸업하면 복수할거야.' 3때는 '1년만 참자.' 그렇게 난 '참자'만 반복할 뿐이었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자신이 없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다면 두 번째로는 학교성적이 평균 60점대를 겨우 유지하는 나였기에 검정고시에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초졸이나 중졸로 남을 내 삶이 너무 두려웠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내가 정말 자퇴했다면 나는 '그 인간들 때문에 고등학교도 못 다녔어!'라는 한으로 남았을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개근상까지 받아가며 끝까지 다니기 잘했다. 내 최고의 성취감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오늘 숙제는 네 명씩 한 조가 되어 애벌레를 관찰하는 거다. 생김새나 움직임을 잘 관찰해서 적어 내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애벌레를 계속 지켜보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엉덩이가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하겠다. 그리고 애벌레는 너무 징그럽다. 10]

 

[저번에 아빠가 왔을 때 아빠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음이 확 트인다며 정상에 올라가 보자고 했는데 가지 않았다. 정상까지 오르는 게 지겹고 힘들기 때문이었다. 17]

 

[내가 중간에 그만두려고 하면 애롱이가 실실 웃으며 자기랑 살자고 나타날지도 몰라. 으으윽!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해.

걱정 말자. 끝가지 해냈을 때의 그 기막힌 맛을 내가 알아 버렸는데 뭘! 107]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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