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파랑새 그림책 117
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안온 옮김 / 파랑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행복은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있어

 

[“, 알겠어!”

레오가 큰 소리로 대꾸했어요.

주머니 깊숙이 숨어 있던 치즈 조각을 발견하는 것도 행복이지?”

민들레 홀씨를 날려 보는 것도 행복이야.”

이번엔 조가 외쳤어요.

커다란 웅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행복이고!”

레오도 신이 나서 소리쳤어요. -본문 중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행복을 매우 거창하게 생각한다. 출세, , 명예 등등으로 말이다. 나 역시 <행복>을 읽기 전에는 행복을 성공에 초점을 두었다. !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무지개 물고기>에서는 나눔의 기쁨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면 <행복>에서 귀여운 두 생쥐에게 행복은 소소한 일상 그 자체다. 내 엄마도 며칠 전 내 책꽂이에서 이 그림책을 발견하고 읽어보더니 얘네 들은 모든 게 행복이구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대꾸한 말은 우리한테서 행복은 나란히 앉아서 밥 처먹는 거.”(얄상한 외모와 작가가 꿈인 저 이지만 말은 좀 셉니다.) 엄마는 하루 세끼 모두 각각 밖에서 먹는 집도 많다며 바로 행복으로 인정했다. 책의 마지막 쪽에는 여러분도 마음속 행복을 말해 봐요!’가 있는데 어린 시절의 내 행복은 잠자리나 메뚜기를 잡았을 때, 올챙이를 잡았을 때, 시험점수 70점 이상 받았을 때, 아이들에게 맞지 않았을 때와 놀림 받지 않았을 때, 선생님께 칭찬받았을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내 행복을 다시 정리해본다면 글을 쓰고 있을 때, 책 보고 있을 때,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라면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친한 친구와 카톡을 주고받을 때, 새로운 사람이 내 개명한 이름이 예쁘다고 감탄할 때(사실 개명허가서 받던 몇 년 전의 그날이 제일 행복하긴 했다.), 작년에 새로운 취미로 시작해서 플리마켓 셀러활동까지 하게 된 리본공예로 작품을 만들 때이다. 내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많은 행복을 발견했지만 그래도 유명한 작가가 되어 그 옛날에 가해자였던 동창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다면 더더욱 행복할 것 같다.(아직도 난 성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거다.)

 

 

 

-파랑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딩파이브 도와줘! - 10대들의 고민 상담 어플 ‘홀딩파이브’ 이야기
김성빈 지음 / 마리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5분씩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홀딩파이브 도와줘!> 도서정보를 통해 홀딩파이브어플을 알게 되어 내 핸드폰에 깔았었다. 소개된 대로 교우관계, 학업, 진로, 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많은 사연들이 올라와있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서른이 넘도록 왕따, 학교폭력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공부도 못했던, 아직 성공도 못한 너무 부족한 내가 해피인이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아이들의 말은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숨고만 싶었습니다. 모두 나를 벌레 보듯 했고, 누군가 흘깃 보기만 해도 쟤도 나를 이상하게 보겠다.’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졌습니다. 너무도 많은 아이들에게 나쁜 말을 듣다보니 나중에는 나조차도 내가 정말 그렇게 나쁜 아이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세뇌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나쁜 말을 듣다보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처럼 믿게 되는 거죠. 20]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바보’, 초등 고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병신’, ‘미친년’, ‘못생긴 게’, ‘재수 없어.’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녔던 말들이다. 다른 아이들이 못한 건 잠깐의 실수였고, 내가 못하는 건 바보, 병신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얼굴이 크거나 뚱뚱하거나 피부가 까만 건 매력이었고, 약간 돌출된 내 앞니, 왼쪽 눈 옆에 자리 잡은 점, 부스스해 보이는 내 반곱슬머리는 꼴불견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나는 파마 보다는 매직 펌을 선호하는 편이고, 20대 중반에 놀림감이었던 점도 뺐지만 피부라도 하얘서 다행이라는 생각뿐 아직까지도 내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나마 외국어를 할 줄 알아서 내가 정말 머리가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여전히 나 자신을 팔방미인으로 만드는데 집착한다.

 

[“백번 양보해서 피해자가 모두 잘못했고 모든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가해를 해도 되나요? 그 아이들에게 그런 권리는 누가 주었나요?” -중략-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를 가르쳐야 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97]

내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가해자들도 주변 어른이 끼어들거나 내 엄마나 선생이 혼내려들면 얘가 먼저 때렸어요.”라는 거짓말로 빠져나가거나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서연이가 삐뚤게 나가요.”, “서연이가 심심해 보여서 놀아준 거예요.”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지우개를 안 빌려줬다 혹은 부탁도 안 들어줬다는 어이없는 핑계도 있었다. 그리고 어른들도 나를 장난이나 농담을 받아주지 않는 속 좁은 애, 문제가 있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애 취급했다. 심심해 보여서 놀아준다는 게 허구한 날 와서 언어폭력을 날리고, 펜을 안 빌려준다고 악을 쓰면서 좀생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점심시간마다 떼로 와서 반찬을 빼앗아먹고, 반찬 빼앗기는 거 싫어서 빵을 싸오니까 빵도 빼앗아 먹으려들고 안주니까 교실바닥으로 떨어뜨려서 못 먹게 하는 건가? 그리고 그런 행위들을 장난이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정말 속 좁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한다고 가해를 해도 된다는 심판권은 누가 줬던 걸까?

 

[세월호 친구들이 아픔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을 때 모든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하지만 어른들은 그 말을 곧 잊어버리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얼마나 힘들고 무섭고 외로웠을지 다 안다고 하지만 우리를 진심으로 안아주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도 수많은 친구들이 깜깜한 밤 잠 못 들고 한없이 불안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홀딩파이브를 찾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78]

내가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없었던 어른은 그나마 덜 원망스럽다.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도와주지 않았던 어른들이 두 배로 원망스러우니까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가? 아파트 단지 옆 배구장에서 바닥에 떨어져있던 장난감 자동차를 호기심에서 만졌는데 뭔가가 빠져나갔던 것 같다. 초등 고학년 남자애 여러 명이 물어내라며 둘러싸고 집에 못 가게 했고 나는 배드민턴을 치고 있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남녀 어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집에 가라는 말뿐 괴롭힘을 저지해주지 않았다. 여러 명이 막아서 빠져나가지 못하는걸 알면서도 배드민턴을 치는데 열중할 뿐이었다.

 

저자가 왕따를 심하게 겪었던 여고생 때의 죽고 싶다.’와 어플에 사연의 주인공인 드림인들의 죽고 싶어요.’라는 짧은 말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건 나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자살시도를 해봤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도 학교 가는 날 아침이 제일 무서웠고, 나를 예뻐해 주는 선생들도 없고, 일반적이지 못한 집안환경 등으로 그만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귀신이 되어서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세상을 등지는 시도에 실패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과거의 가해자들에게 잘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으니까…….

 

 

 

-마리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의 악플러 콩고물 문고 3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악플에는 정의란 없다

 

준하는 어린이 집에 있는 동생을 데리러 가기 전 햄버거 가게에서 또래로 보이는 낯선 남자아이에게 이상하게도 갖고 싶어지는 열쇠목걸이를 받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엄마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는 영운이를 보며 열쇠를 만지자 아무도 없는 복도로 이동하고 서늘함을 느낀다. 그러다 목에 걸린 열쇠로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말더듬이로 놀림을 받았던 영운이의 유치원 시절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엇이든 열 수 있다던 그 열쇠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였던 거다. 준하는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영운이를 혼내주겠다는 목적으로 학교 게시판에 정의의 악플러라는 닉네임으로 영운이의 따돌림의 상처와 말더듬이라는 약점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고 학교 아이들은 그 글에 쉼 없이 악플들을 쏟아낸다.

 

[영운이 사건 이후에도 준하는 정의의 악플러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글을 올렸다. 그중에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도 있었는데,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불친절함이나 영어 선생님의 편애에 대한 글들에는 댓글이 몇백 개씩 달렸다. 준하는 우리들 이야기가 곧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아이들의 참여가 높아서인지 학교에서도 쉽게 없애지 못했다. 이제 정의의 악플러는 온라인상에서의 영웅이었다. 73]

 

[문장 하나하나는 이미 말이 아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칼 혹은 총이었다. 이만하면 다희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하다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준하는 정신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87]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마음이 놀랍도록 가벼워졌다. 준하는 말이 지닌 무게를 실감했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을 영영 전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하는 걸까. 148]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배우 한연우의 모습들이 가식적이라는 생각에 가면을 벗기겠다는 일념으로 사이트 이곳저곳에 쓴 준하의 악플로 인해 자살시도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술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난 부분에서는 내가 20대 후반에 삶의 줄을 놓은 여배우가 떠올랐다. 그녀도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의 악플에 시달리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으니까 말이다. 악플을 당한 건 그녀지만 그녀의 가족들에게도 지워질 수없는 상처를 남겼다. 딸은 잃은 엄마, 엄마를 잃은 남매, 누나를 잃고 2년 후 그 먼 곳까지 따라간 남동생……. 영운이가 배우 한연우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가족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그들도 그녀의 가족들을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했다. 차라리 앞에서 듣는 언어폭력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기에 받아칠 수라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과 익명성에 감춰진 악플은 꼼짝없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장난이었다.’, ‘욕 좀 먹어야 된다.’등은 변명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범죄다. 악플을 쓸 시간에 보이지 않는 칭찬 혹은 위로의 선플을 하나라도 더 쓰는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스푼북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자전거 - 평범한 자전거가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
주드 이사벨라 글, 시모네 신 그림 / 머스트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자전거의 특별하고도 고마운 여행

 

[하리다타는 어디서부터 이 자전거의 여행이 시작되었을지 궁금해 하면서, 잠시 빨간 자전거를 바라보았어요. ‘분명히 멀리서 왔을 거야.’라고 하리다타는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어떤 여자아이가 물건을 싣고 먼지 길 위로 페달을 밞으며 시장을 갔다든지, 또는 어떤 남자아이가 북아메리카 작은 마을에서 이 자전거를 기부하려고 포장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었지요. 그러나 둘 다 빅 레드를 기억할 거고, 하리다타도 빅 레드를 잊지 못할 거예요. 28]

 

어린 시절의 내 친구도 빨간 자전거였다. 동네 아이들이 놀아주지 않아 단지 내에서 돌고 돌며 놀았던,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니기도 했던, 짓궂은 아이들이 발로 뻥뻥 차기도 했던 빨간 자전거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작아지고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빨간 자전거>의 레오의 자전거 빅 레드는 고마운 여행을 다닌다. 2년 동안 이웃집 잔디를 깎고, 나뭇잎을 긁어모으고, 눈을 치워 주며 모은 돈으로 갖게 된 빅 레드라는 이름을 붙여준 빨간 자전거는 수영장, 축구 연습 등 어디든 레오와 함께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레오의 키가 자라면서 작아진 빅 레드는 레오처럼 소중히 여길 사람들을 위해 바다를 건너서 부르키나파소를 지나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새 주인을 기다린다. 자전거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 중에 할머니와 두 동생과 살고 있는 알리세타의 눈에든 빅 레드는 시장, 수수밭에도 가고 알리세타의 동생들을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세타가 또 한 대의 자전거를 사러나간 사이 빅 레드는 주인에게서 도망친 돼지에게 짓밟힌다. 그렇게 망가져버린 빅 레드는 부카리에게 보내지면서 좀 더 튼튼한 바퀴, 새 안장, 새 브레이크로 수리되고 다시 색칠되어 트레일러가 연결되면서 구급차로 개조된다. 구급차가 된 빅 레드는 다시 하리다타에게 보내져 다리를 다친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어 전설이 되고 마을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로 큰 빨강이라는 뜻의 르 그랑 루즈라고 불린다. 빅 레드 덕분에 귀중한 경험을 쌓은 하리다타는 시내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레오, 알리세타, 하리다타 모두 빅 레드에게 말했다. “고마워.”

 

[쓰지 않는 자전거는 창고나 지하실에서 녹스는 대신, 거리에서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평범한 소년, 소녀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하고, 새로운 모험을 하게 해요. 자전거 재활용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어요. 빅 레드가 한 것처럼요. -우리도 도울 수 있어요- 중에서]

작아진 옷 나눠 입기, 초등학교 5학년 때 생일날 그동안 사랑의 빵저금통에 모은 동전들을 소말리아에 보내고, 학교에서 열렸던 알뜰 바자회 그리고 외국유학시절에 귀국을 앞두고 내 손때가 묻은 생활용품들을 착해 보이는 새 유학생에게 물려주기 등이 내 기부 혹은 나눔의 전부다.(! 언젠가부터 책 나눔도 한다.) 그런데 자전거도 나눔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빨간 자전거> 뒤쪽 부록에 소개되어있는 몇몇 단체를 보니 지금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노란 자전거를 보낼 준비해야할 것 같다. 내 첫 자전거였던 빨간 자전거가 작아지고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금전 여유가 안 된다며 새 자전거를 사주기 힘들어했던 엄마를 원망하며 울기도하고, 조르기도하며 받아낸 자전거인데 고등학교 때까지 내 친구가 되어주고 대학생, 성인이 되고 두 번의 이사로도 나를 따라온 노란 자전거, 언젠가 새 자전거를 사는 순간 보내야할 것 같다. 습한 창고보단 또 다른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더 좋을 테니까.

 

 

 

-머스트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노마드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 왕자가 만난 이상한 어른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사준 전집으로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다. 그 때의 나는 이해력이 부족했는지 보아뱀, 코끼리 이야기까지 읽고 덮었다. 그리고 30대 중반인 지금 원본인 프랑스어와 한국어, 영어 번역이 담긴 <어린왕자>로 다시 만났다. 덕분에 독서와 영어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왼쪽 한국어, 오른쪽 영어 번갈아 읽었다. 프랑스어를 몰라서 뒤쪽에 원본과는 비교해볼 수 없었기에 처음으로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나는 내가 그린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섭지 않은지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어른들은 오히려 모자가 뭐가 무섭다는 거니?”라고 반문하는 거예요.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어요.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거였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거예요. 12]

나의 그림 제1아무리 봐도 모자로 보인다. 모자 중에서도 중절모……. 하지만 연장자에겐 맞춰주지 못해도 어린 사람에게는 맞춰주는 성향인 나는 속으로는 모자가 아니라 괴물을 그린건가?’ 혹은 이게 뭐가 무섭다는 거지?’라는 생각에 잠기면서도 겉으로는 이게 뭔데?”라고 물어볼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는 그림을 본다면 ! 무서운 뱀이 커다란 코끼리를 삼켰구나!”라며 맞장구쳐줄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도 공감을 바랐으니까…….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돼. 우선 넌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야. 난 곁눈질로 널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160]

여우가 말한 길들이는 방법은 내가 사람들에게 정말하고 싶은 말이다. 너무 빠르게 오지 말라고……. 나에게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곁눈질 혹은 멀리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너무 급속도로 친해지려는 사람들이 부담스럽다.

친해지겠다고 결혼여부와 호구조사를 하는 사람들, 나이를 물어보고 내가 더 어리면 곧바로 반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차라리 내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더 묻고 싶으면 차라리 취미를 물어보든가.) 그리고 내가 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어린 왕자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방문했던 별들에서 만난 왕, 허풍쟁이, 주정뱅이, 상인, 점등인, 지리학자. 모두들 이상한 어른들이다. 혼자 있는 별에서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힘든 일을 하고, 제일 많이 소유하려하고, 제일 부끄럽다고 여기니까 말이다.(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제일밖에 모른다.) 그런데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는 이십억 가량의 이상한 어른들이 살고 있단다. 서로 잘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자신이 제일 불행하다고 여기며 주위는 둘러볼 생각이 없는 현대인들을 향한 일침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나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지만 난 아마 저들 중에 부끄러움을 잊고 싶어서 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에 가까운듯하다. 일반적이지 못한 가정환경,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았던 학창시절이 나에겐 아킬레스건이니까. 그래서 나를 팔방미인, 지식인으로 만드는데 집중하니까.

 

 

 

-노마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