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처럼 살 수 있을까?

영지의 역할이 없다싶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밋밋하다. 드디어 끝나는가 싶더니 물음표와 느낌표가 있는 반전이다. 화면을 가득채우는 해국과 영지의 눈빛. 원작과 다른 결말인데 더 더욱 원제에 충실하다. 이끼. 붙어살다.

긴장감-완성도-연기-...등등 나무랄 곳이 없다 싶다. 이상의 탑과 현실의 탑의 문제는 무엇일까? 신과 권력은 모두 손아귀나 마음아귀에 집어넣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틀어쥔다는 점에서 구원이든 힘이든, 살아가는 이는 하나이지 않을까? 나머지는 살아지는 것이고 마음을 다짐받던 힘과 현실을 위탁받고 결재받던지 말이다.

현실을 깊숙히 들어가다보면 비루함의 덩어리들이 계보학처럼 끌려나온다. 현실의 비루함과 몸으로 체화되는 것은 갱생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라야 되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연유된 것인지? 더욱 모호하고 인과관계가 없는 듯 연결된 것은 암덩어리처럼 자라는 속도가 무섭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현실의 타액은 점점 나를 끌고들어가  뭍힌다.

생각은 그 사이를 오가고, 뜨끔거린다. 현실에 멱살 잡힐 때, 비릿함이 척척 달라붙어 서로를 먹여살리는 것도 그러하다. 원작에서 집요할 정도로 파헤치지 않으면 되지 않는 성미의 소유자 해국을 만날때도 거꾸로 그러하다. 마을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희망과 절망 사이에 들어서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천연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절절한 연기엔 서슬퍼런 무엇이 달려든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수면아래 현실이 어김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비루한 삶과 현실의 극단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들은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너무나 초광속으로 흘러가는 현실의 속도를 줄일 수는 없을까? 쓰릴러물의 속도를 따라가다보면 송곳처럼 불쑥 뚫고 나오는 불편함들이 관람에서 현실의 자양분으로는 변할 수 없는 것일까?  무비란 낯익은 장르가 낳는 혼자만의 지나친 독백보다는 뭔가 다른 각도로 회자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까? 현실은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벌어지고, 벌어질 사건의 파열을 예비하고 있고, 여전히 현실같지 않은 영화속의 현실을 담고있다.

원작의 후기를 보니 마지막 장면이 광화문과 세종로거리다. 정치는 삶이고 현실이다. 가치중립이란 얼마나 정치적인가? 정치적인 놈이 정치적 권리를 더 확보하려 다른 사람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는 용어가 아닌가?  거꾸로 현실의 치열함이 정치이고 삶이다. 치열함과 현실을 더 그들만의 정치에 뭍혀 탈색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뱀발.   

1. 어제는 지난주 선약을 잡으려던 날이다. 지난주 다짐도 해두었던터인데 이렇게 스며 들어와 함께 보고 읽다. (나무에겐 미리 전화를 주지 못했는데 저녁 문자가 와 미안함을 미지근하게 전해버린다.

2. 영화 리터러시라는 말을 최근에서야 지인을 통해 알게되는데, 늘 내겐 현실을 피해가거나 오락의 하나일 뿐이었다. 이렇게 읽고 의도를 다시 생각하는 일들도 귀찮기도 하다.  작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현실의 수용자들과 너무도 많은 차이가 난다 싶다. 좁힐 수 없는 거리, 그리고 있는 듯한 구름같은 비평은 더욱 멀리 멀리 밀친다. 돈맥을 짚고, 돈을 벌려고 아우성치고, 집한채에 인생을 거는 우리들의 삶이 천용덕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그저 한여름밤의 쓰릴러물로 더위를 식히면 될 뿐, 일상에서 반추되지 않는다. 그런점에서 영화는 따지고 보면 별반 하는 일이 없다. 문학의 종언처럼 너무 탑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아닌지? 종사자들도 그러하며... .. 

 3. 이동 중에 보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자아에 대해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제 감정자본주의를 본 뒤라 치료의 개념이 버무려져 곤혹스럽다. 미국이란 사회의 표피와 잘 된 책이라는 것의 한계가 보이는데...더 미국스런 우리나라라 잘 먹히는가보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그러한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제일 미국스런나라... ...미국스런 가치관... ... 

 4. 약간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이끼처럼 바짝 붙어 있는 듯 없는 듯 현실을 음미하며 타 넘는 것도 현실의 견디는 한 방법일까? 현실을 이겨내는 것이라면 죽지 않고 살아내는 방법이라면 구원도 얻고 현실을 접수하는 것 가운데 하나의 방법이라면.......무엇일까? 정의와 무소불위의 권력은 무고한가? 현실을 얕게 붙어사는 이들만이 현실을 이겨갈 수 있는 것인가? 현실에 뿌리내릴 수 있는 능력이란 것은? 이끼의 얕은 연대....날카로움은 모두 꼬리를 내리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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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7-2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반가워요.^^ 처음 찾아뵙네요. 전 영화로만 보았는데 원작 만화도 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여울 2010-07-23 17:4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서재 표현이 서툴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생각 이어나갈 기회가 많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rosa님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