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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 동녘

(2011.11.12.)


지난해 10월 어느날

노무현 대통령이 몇 명의 참모들을 부릅니다. 좋은 책을 내보자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책, 우리 사회 론의 수준을 높일 책, 민주주의 발전사에 길이 남을 책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구상을 설명하는 동안 대통령의 눈빛은 형형했고, 진지했습니다. 물러난 권력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뭔가 뜻있는 일에 책임 있게 헌신해야 한다는 역사의식과 소명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연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p. 7)
 
'국민들이 먹고살기에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 특히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떠나시기 전까지도 그분은 그 주제에 끊임없이 매달렸습니다.
대통령이 정리한 글 구석구석엔 그런 고민이 치열하게 담겨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물을 책으로 출간해 국민들과 소통하기를 원했던 대통령의 구상은 안타깝게도 미완의 연구가 돼버렸습니다.
(p. 9)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한 것만큼만 간다
국민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미디어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는 돈의 지배를 받습니다. 돈이 없는 쪽은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정보는 넘쳐 나지만, 내용은 부실합니다. 분오와 증오는 넘쳐 나지만, 사실과 논리는 부족하고 깊이도 모자라고, 비슷한 생각끼리도 서러 앞뒤가 맞지 않고 충돌합니다.
(p. 20)
 
보수주의는 돈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있다. 보수주의는 모든 이야기를 경제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금은 모든 이야기를 경제이야기로 시작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진보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할 경우에도 경제 이야기로 시작해야 말이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p. 35)
 
어느 나라가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일까?
그것도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은 어디쯤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p. 49)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다른가
현상의 유지인가? 현상의 변화인가?
‘보수주의는 해당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보존하면서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다. 진보주의는 해당 사회가 문제가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 <미래를 말하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p. 77)
 
진보와 보수가 실질적으로 가장 타협 없이 싸우는 쟁점은 ‘국가가 분배에 얼마나 깊이 개입할 것인가? 세금을 얼마나 거두어서 복지 지출을 얼마나 하고, 사회적 보장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기준이 될 것이다.
(p. 82)
 
정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질까? 정권이 바뀔 수 있는가?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들의 생각이 바꾸어야 가능할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먼저 바꾸어서 정권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는 길인 것 같다.
(p. 104)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정치 공학적 전술을 사용한다.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고 지배한다. 돈은 언론을 움직이고 자금을 댄다.
시민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찾고,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이다. 민폐 끼치지 않을 의무,공동체에 대한 책임, 책임지는 나라, 책임지는 시민.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학습이 필요하다.
(p. 105) 
 
어떤 나라에서는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일할 수 없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거든요.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는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그 나라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정책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느냐. 똑같은 부자 나라라도 그것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모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한 것이지만 국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아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국가를 바꿔야 한다. ‘국가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라는 얘길 하고 싶어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집단적으로 도전하면서 국가가 그 일을 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하자, 이런 것이죠.
(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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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문재인 / 가교

(2011.11.04.)


 

나는 6월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6월항쟁은 전국적으로 전개된 민주화운동이었지만, 나는 그 운동의 중심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제일 먼저 국본을 결성했고, 기간 내내 시위를 가장 치열하게 전개해 타 지역 시위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결정적으로는 명성성당 농성이 해산돼 서울 등 타지역의 시위가 급격회 위축됐을때 부산에서 가톨릭센터 농성과 함께 더 많은
시민들이 더욱 치열하게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항쟁의 불꽃을 되살렸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항쟁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P.64)

 

3당 합당 이전의 부산은, 부마항쟁으로 유신독재를 끝내고 6월항쟁으로 5공 독재를 끝냈듯이, 부산이 일어서면 역사를 바꾼다는
시민들의 자부심이 충만했다. 그런 높은 시민의식 속에서 전통 야도였던 부상이 3당 합당으로 하루아침에 여도로 바뀐 후,
오늘날까지 한나라당 일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P.65)

 

나는 '원칙' 얘기를 했다.
"우리가 쭉 살아오면서 여러 번 겪어 봤지만, 역시 어려울 때는 원칙에 입각해서 가는 것이 가장 정답이었다.
뒤돌아보면 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땐 힘들어도 나중에 보면 번번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보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외로우셨던지 당신 생각을 지지하자 매우 기뻐했다.
(P.99)

 

대학 시절 나의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그 무렵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했듯 리영희 선생이었다.
(P.131)


대통령은 어짜다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됐을까. 나는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가난했다. 가난이 그를 공부에 매달리게 했고,
가난이 그를 인권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자신처럼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돕겠다고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화운동이었다. 정치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치에 대한 거의 진정성이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자신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에 변호사하면서 가난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다른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을
돕는 삶으로 빠져들면서 자신은 도로 가난해졌다. 봉하마을은 외진 곳이어서 땅값이 엄청 싼데도 사저 건축비용이 없어 은행 대출을 받았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도 빌리게 됐다. 대통령은 나에게 "내 자신만 정치적으로 단련되었지, 가족들은 정치적으로 단련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은 대통령에게퇴임 이후의 대책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노 대톨영 서구 후 상속신고를 하면서 보니 부채가 재산보다 4억 원 가량 더 많았다.
(P.406)


대통령 유골을 백자 도자기와 연꽃 석함에 넣어 안장했다.
석함에 부장품을 두 개 넣어드렸다. 하나는 대통령 서거 후 추모인파를 촬영한 추모영상이다. 또 하나는 "참여중부 5년의 기록"이란
5부작 다큐멘터리 DVD다.
다큐멘터리는 대통령 임기 내내 혼신의 힘을 다한 5년을 기록한 것이다. 실패한 정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진보를 망친 장본인인 것처럼 비난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가 우리를 정당하게 평가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때 5년간의 기록이야말로 평가의 토대다 될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걸 혼자 안고 떠났다. 인간의 법정을 거부하고
역사의 법정을 선택했다.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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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 박시영 / 민음사

(2011.10.12.)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일 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
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
도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날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 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P.51-52)

 

착하게 되는 것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착하게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수도 있어. 말하고 보니 자기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 일 때문에 며칠 동안 잠 못 들어 할 거야.
신은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P.114)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그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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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 김욱동 / 민음사

(2011. 09. 08.)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어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P.9)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잠시 동안 영원한 세계를 대면한-또는 대면한 듯한-미소였고,
또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해 주는 미소였다.
(P.73)

 

나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웨이퍼 과자 같은 달이 개츠비의
저택 위를 환히 비추어 밤하늘을 장식했고 아직도 환하게 불 밝힌 정원의 웃음
소리와 말소리보다 더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창들과 커다란 문에서
공허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현관에서 형식적인 작별 인사를 보내며 한 손을 들고
있는 집주인의 모습을 완전한 고독으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P.83)

 

"데이는 목소리에 조심성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 애의 목소리에는 뭔가 가득‥‥‥."
나는 머뭇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갑자기 그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그 끝없는 매력, 그 딸랑거리는 소리, 그 심벌즈 같은 노랫소리‥‥‥ 하얀
궁전 저 높은 곳에 임금님의 따님이, 그 황금의 아가씨가‥‥‥.
(P.171)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었다.
서른살-고독 속의 시 년을 약속하는 나이,독신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카락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다.
(P.192)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들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버리고
난 뒤 돈이나 엄청남 무관심 또는 자기들을 묶어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하는
족속이었다‥‥‥.
(P.253)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칩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이 이미 그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저쪽의
광막하고 어두운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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